기고/ 한국어 교수의 꿈
기고/ 한국어 교수의 꿈
  • 김인희 문학박사, 한국어 교수
  • 승인 2024.03.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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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문학박사, 한국어 교수
김인희 문학박사, 한국어 교수
김인희 문학박사, 한국어 교수

[시정일보] 박사학위 논문 주제 발표가 끝난 후 교수님께서 주신 총평을 상기한다. “넓은 의미의 언어적 총체로써 문화문법을 다룬 논문입니다. 박경리의 <土地>에서 문화문법을 발췌하여 잘 분석하고 잘 연구하였습니다. 여기서 끝내지 말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까지 확대되어 이어지기를 첨언합니다.” 필자의 논문 주제는 『박경리 <土地>에 나타난 한국어문화문법』이다.

논문 주제 발표는 학기말 종강 세미나 행사의 일환이었다. 필자는 ‘한국어사랑 세계 시낭송대회’ 행사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오전 시낭송대회 행사를 끝낸 후 오후에 석·박사 논문 주제 발표가 있었다. 대상 여섯 명 중 석사는 다섯 명, 박사는 필자 한 명뿐이었다. 논문을 쓰는 동안 심혈을 기울여 읽고 조사하고 발췌하고 연구하였던 시간이 주마등같이 스쳤다.

논문 주제 발표 시간에 연구의 목적과 과정과 결과를 잘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중부대학교 대학원 한국어학과 대학원생은 90%가 외국인이었다. 그들은 중국, 베트남, 미얀마,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한류열풍을 타고 급부상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온 이국의 별들이었다. 그들에게 필자의 연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PPT자료를 만들었다. 우선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박경리 작가의 위상과 대하소설 <土地>에 대한 사전 연구 자료를 사진과 도표로 작성하여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지도교수님께서 정해 준 발표시간에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발표를 끝냈다. 1부 시낭송대회 사회를 볼 때 입었던 한복을 그대로 입고 논문주제 발표를 했다. 연구 내용 중에 ‘의복과 장신구에 나타난 한국어문화문법’ 내용을 설명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백번 듣는 것보다 눈으로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던가. 필자의 예상이 적중했다. 쏟아지는 박수와 함성을 들으면서 지도교수님 얼굴에 번지는 환한 미소를 보고 하늘을 향하여 감사를 드렸다.

논문 주제를 정하기까지 숱한 고뇌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하여 몸부림쳤다. 시시때때로 하늘을 향하여 도움을 청했다. 어떤 주제로 연구하면 좋을지. 무엇을 연구하면 되는지. 조목조목 아뢰면서 지혜를 달라고 엎드렸다. 문학과 문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모든 행사가 끝난 후였다.

최근 베트남 어학원 교수님의 권면과 안내로 베트남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어학원에서 필자의 강의실을 만들었고 컴퓨터를 통하여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매 수업시간은 90분이다. 수업 교안을 미리 작성하여 준비를 한 후 수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동영상을 녹화한다. 수업이 끝나면 녹화된 동영상이 강의실에 탑재되고 수강생들은 원하는 시간 언제든지 복습할 수 있다. 베트남 어학원에서는 필자를 채용할 때 한국어 박사라는 강점을 내세우겠다고 했다.

한국어 교수!

이때를 위함이었다. 소녀 시절부터 별을 품고 시(詩)를 읊조리고 시를 쓰면서 성장했던 때부터 한시도 멈추지 않고 까치발을 들어 별을 향하여 손을 내밀었다. 결혼 후 가정을 돌보면서 두 자녀를 양육할 때나 가정의 대소사에 한 치 소홀함이 없었던 것도 이때를 위함이었다. 별과 별 사이 한 편의 시제(詩題)를 끌어안고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사람과 사람 사이 사연을 엮어 수필을 탈고한다. 박경리의 토지 <土地>, 거대한 열여섯 산맥을 종주하고 별의 경지에 이르게 함이 이때를 위함이었다는 것을 역설한다.

더러 질책으로 치는 질문을 받는다.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정체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 염화시중의 미소를 깨문다. 이국의 팔십 대 학자를 생각했다. 그는 언어학자이고 역사학자이면서 지리학자로서 21세기 대표적인 석학이다.『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학자를 본받기로 했다. 필자가 시를 쓰고 수필을 쓰는 이유다. 영혼을 울리는 시낭송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역사를 공부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이유가 노학자를 닮고 싶은 간절함이다.

한국어 교수라는 거룩한 직무를 주신 하늘에 감사를 드린다. 강의 시간마다 아름답고 고급 진 한국어를 전달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다. 필자를 교수님이라고 불러주는 사람들! 이국의 별들에게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정서도 알려주고 싶다. 그들에게 별이 되고 싶다.

한국어, 그 순결한 언어로 내 아름다운 조국 대한민국을 노래하리라!

※ 한국어, 그 순결한 언어로 내 아름다운 조국 대한민국을 노래하리라! (오세영 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