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아이 돌봐주는 ‘도깨비다락방’
기자수첩 / 아이 돌봐주는 ‘도깨비다락방’
  • 신일영
  • 승인 2024.03.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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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영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 정부가 지난 1월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에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시대에 10년 묵은 ‘대형마트 영업규제’도 현실에 맞게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발표 후 몇몇 지자체에선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한다고 예고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일은 지난 2012년 3월, 유통산업발전법에 기반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했다. 일각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던 시대여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유지돼 온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통시장 생태계를 바꿔놨다.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쇼핑몰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다.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지속해야 할 설득력이 약해졌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도봉구가 전통시장에 엄마와 아빠, 아이가 모두 행복한 공간을 마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 엄마ㆍ아빠VIP존 내에 지난해 11월 문을 연 도깨비다락(多樂)방 얘기다. 서울시 자치구 전통시장 중 처음으로 만들어진 도깨비다락(多樂)방은 ‘엄마, 아빠, 아이가 다(多)같이 즐거운(樂) 공간’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다. 도깨비시장 고객지원센터 1층에 총 60㎡ 규모로 조성됐으며, 우리의 전통 건축방식 중 하나인 다락방과 휴식공간, 다양한 놀이공간과 수유실 등이 갖춰져 있다. 시장에서 구매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엄마아빠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두 명의 보육교사가 엄마, 아빠가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36개월 이상~미취학 아동을 무료로 안전하게 돌봐준다. 시장에서 구매한 영수증을 제시하면 1시간 동안 무료다.

쇼핑카트 위에 아이들을 앉혀놓고 쇼핑하고 있는 모습이 흔한 시대에 쇼핑객을 유인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뒤 올 2월까지 4개월간 582명의 유아가 다녀간 것으로 집계돼 젊은 부모들의 방문이 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도봉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치구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전통시장이 지역경제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가 이러한 자치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 상생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