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물가상승률 지표보다는 장바구니 현실지표에 신경을
사설 / 물가상승률 지표보다는 장바구니 현실지표에 신경을
  • 시정일보
  • 승인 2024.03.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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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물가상승률이 3%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이달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전년 동기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4%로 저점을 찍은 이후 8월 3.4%로 반등한 뒤 10월 3.8% 상승세를 보이다가 11월 3.3%, 12월 3.2%, 올해 1월 2.8%대로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과 농축산물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상승률은 다시 3%대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3%대 고물가와 가계부채 증가세, 저성장 딜레마 속에 금리를 동결하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의 이런 고민 속에서도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에서 3.1%로 상승했다. 과일값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사과는 전년보다 가격이 71.0% 급등했고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과 딸기도 가격이 각각 78.1%, 23.3% 올랐다. 이에 정부는 재정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실질 물가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한은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때 가계의 소비와 기업투자 활동이 위축된다. 그러다가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시장이 자극돼 가계부채 증가세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물가 상승 역시 다시 3%대로 오른 데다 농산물 등 생활 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어서 섣불리 금리를 내리는 것도 부담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는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낮은 내수 압력 등 추세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며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흐름은 매끄럽기보다는 굴곡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 이외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고민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95조7922억원으로 전월 대비 4779억원 증가세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의 증가세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계감을 느끼고 있다. 여러 가지 지표를 들고 있는 정부 입장은 물가에 긴장하며 소비심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선거는 코앞이다. 분위기는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가기 겁이 난다는 것이 현실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금리 인하가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이르면 5월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국내 물가가 금리인하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8월부터 물가 는 2%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민의 장바구니는 정부의 물가지표만을 들여다보는 처지가 못 된다. 국민이 장바구니를 들고 나갔을 때 안정적인 물가가 체감 물가다. 정부는 한은이 내놓은 지표만을 보지말고, 당장 농수산물의 작황 실태를 파악하고 소비자물가에 상승을 견인한 과일값에도 구체적인 방안을 꺼내야 할 것이다. 서민 물가 인식은 탁상 지표보다 장바구니 지표가 선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