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안타까운 9급 공무원의 죽음, 악성민원 강력한 대응책 마련해야
사설 / 안타까운 9급 공무원의 죽음, 악성민원 강력한 대응책 마련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4.03.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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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경기도 김포시 9급 공무원이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김포시에서 도로 관리 및 보수 업무를 맡았던 이 공무원은 이번 겨울 잦은 폭설로 도로 제설 민원 이후엔 포트홀 민원, 최근엔 김포한강로 포트홀 노면 보수공사에 따른 교통체증 항의 민원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 보수 공사와 관련한 교통체증 민원에 시달리던 이 공무원은 감당하기 힘든 항의 민원 폭주와 신상털이식 괴롭힘의 대상이 돼 급기야 인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포 지역 부동산 정보 인터넷 카페엔 이 공무원의 실명과 소속 부서, 유선 전화번호까지 올라오고 악성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극단선택을 하기 전 날 하루에만 항의 전화가 50통 넘게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이 공무원은 죽기 전 동료들에게 ‘시민들이 무섭다’는 말을 했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민원에 시달리는 이 공무원에 대해 상급자와 조직이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그 괴로움에 대해 얼마나 보호하려 노력했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포시공무원노조는 “개인 신상 좌표찍기와 악플, 화풀이 민원에 공무원이 생을 마감한 상황이 참담하다”는 성명을 냈다.

최근 공공기관에 대한 민원인들의 악의적인 행태의 악성 민원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어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악성민원에 대해 조직이 하급 공무원을 그 총알받이로 내몰 것이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당당하게 대처해 담당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매뉴얼과 시스템을 즉각 만들어 가동해야 할 것이다. 방통위도 인터넷 플랫폼 등과 협의, 신상털이식 마녀사냥과 사적 제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실시간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아직도 우리들 귀에 쟁쟁한 학부모 갑질·악성 민원이 초래한 서이초등학교 새내기 교사 사망 사건의 재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런 악성 민원은 공직사회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유능하고 젊은 공무원이 공직사회를 떠나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공무원을 향한 무분별한 악성 민원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대책이 없다는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차제에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이런 참담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직사회를 위축시키는 악성 민원에 대한 엄한 처벌과 전담 대응 조직 신설, 실효성 있는 매뉴얼 등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