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강마을 출사/ 시인 최부암
詩의 풍경 / 강마을 출사/ 시인 최부암
  •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승인 2024.03.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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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강마을에 산노을 내리면
이슬은 운무로 아롱지고
고요히 고요히 내일을 꿈꾼다
솔 향기 가득한 달무리 사이로
별들이 교교히 노래하는데

전설이 되어버린 이야기
구구절절 되새김하는 밤
현재는 잊혀도 기억은 생생한
어느 늙은이의 치매 같은 기억이
스멀스멀 등줄기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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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보는 감상은 각각의 앵글이 있다. 시인에게는 그 자연이 실존적 의미와 가치로 다가온다. 최부암 시인은 하나를 더하여 영상기법으로 시를 완성하는 사진작가다. 최 시인의 사진작품을 보면 자연의 해석과 감상이 다르다. 사진을 몇 번이고 보고 있으면 재미있고 깊은 맛을 느낀다. ‘강마을 출사’의 시는 운무가 꿈꾸는 시간을 담고 있다. 앵글을 들이대는 시인은 언어의 앵글이 빗방울을 깨무는 그 소리를 듣는다. 아무래도 그림을 그리는 시인이나 사진작가의 시는 귀인을 만난 듯하다. 하늘과 대화하고 산천과 노니는 신능(神能) 자처럼 보인다. ‘전설이 되어버린 이야기’는 심야의 시각을 우리의 삶 자체처럼 기묘한 리얼리티를 품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타던 마차 속은 나무였다는 데 최부암 시인의 카메라의 속도 자연과 하나 되는 나무의 결이 아닌가 싶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