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맹자와 순자의 득의(得意)
기고/ 맹자와 순자의 득의(得意)
  • 서정규 내부통제연구소 대표
  • 승인 2024.03.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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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규 내부통제연구소 대표
서정규 내부통제연구소 대표

[시정일보] 저주의 굿판이란 용어가 세상을 좀 흔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굿판이 생명을 이어 오더니 오늘날 광란의 굿판이 되었습니다.

목하 우리나라는 이념의 굿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쪽 판에선 개X이라는 굿판의 성채가 견고합니다. 마주 보는 마당에선 Y 극기라는 마당이 줄기찹니다.

굿판 도대체 무엇일까요? 오랜 옛날 우리 조상님들은 나라굿을 때에 따라 치렀습니다. 동맹(東盟), 무천(舞天), 영고(迎鼓), 팔관회(八關會) 등의 나라 굿판이 부족국가 시대로부터 고려조까지 이어져 왔었습니다.

조선조는 굿판 특히 무당 굿판을 음사(陰詞)라면서 금지하였으나, 민간에서는 무당굿이 성행하였습니다. 민중이 모여서 한판 벌이는 굿판은 그래서 역사성을 가집니다.

굿판은 그렇다면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굿(Gusha, cause to fall)은 알타이어인 우리나라 말로부터 유래하는 어울림 판 입니다. 무당과 주인이 어울리고 구경꾼이 덩달아 어울립니다. 강신(降神)을 위하여 벌이는 한 판의 어울림 절차입니다. 어울림 속에는 영혼 천도가 있고 질병 치유가 있습니다.

굿판의 언어적 유래는 알타이어족 속에 있다고 합니다. 알타이어족으로는 우리 겨레 한어(韓語), 몽골어(Gutug), 퉁구스어(Kutu), 터키어(Gut)와 야쿠트어(Kut)가 있습니다.

이 언어적 중에서 몽골어, 퉁구스어, 터키어에서는 굿이 행복과 행운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야쿠트어에서 굿이란 복을 가져다주는 영혼이 강림한다고 합니다. 우리말의 굿이란 이런 의미를 모두여서 기복(祈福)을 위한 영혼 관련 민간 무속(巫俗)이요 치병, 영혼 천도 및 조상과 신령 접대의 엄숙하면서도 신명이 나는 한마당입니다.

굿판의 주역은 신령, 당골과 무당입니다. 신령은 길흉화복을 주관하고 여자 무당은 행복을 주관하며 무당은 이 양자를 통하여 사설, 춤과 북으로 조상신을 불러옴으로써 흉사를 쫓아내며 길사와 동시에 질병도 치유하는 만능선수입니다.

지금은 현대판 무당이 철학박사라는 이름을 달고 점을 쳐주고 복채라는 돈을 챙겨 먹습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이 줘야 영험이 있는 당선이라는 마음속 탄복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굿판이 오늘도 문전성시로 펼쳐집니다. 4년마다 없는 놈 집 제사처럼 다가오는 흥행의 굿판을 몰래 찾는 자 그 누구뇨?

각설하고 또다시 굿판을 찾아갑니다. 현대판 굿판은 인터넷이라는 이상한 언론을 타고 신나게 벌어집니다.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요술 핸드폰에다가 독수리 타법 손가락이 자아내는 나만의 언론. 익명 속에 욕설도 신나게 하고 거짓말도 박박 우기며, 영상을 고약하게 위조하여 참말인 양 올립니다. 그 속엔 나와 우리 편은 오로지 옳고, 너희 편은 무조건 틀렸다는 자위적 사이비 도덕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반대편 굿판에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후안무치 다 외쳐대다가 제 놈 차례가 오면 네가 하는데 나라고 못 할쏘냐? 판박이 사설이 난분분합니다. 이런 난장판을 보고 말이 없는 양심은 속으로 그놈이 그놈이로구나.

굿판이 우리를 부릅니다. 굿판은 정장(定場) 판이 있고 난장(亂場)판이 있습니다. 정장 판은 축구나 야구장에서 벌어집니다. 수만의 함성이 응원하는 정장 굿판이 군중을 사로잡습니다. 거리의 응원전은 한 때 세계인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난장판은 몰래 하는 밤중 노름판과 허가 낸 데서 하는 카지노가 대표적입니다. 바카라(Baccara) 카드가 아홉 9를 향하여 춤을 추면 주인은 확률적으로 따는 가운데 선수는 잃고, 재수 없으면 패가망신합니다.

유명 가수의 트로트 콘서트는 폭발적 청중을 모으고, K-pop 집단 가무는 세계 곳곳의 열성 팬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가수는 춤추고 노래 불러 힘들지만 돈이 생겨 신나고, 극렬한 팬들은 어울려서 삶의 스트레스를 풀어서 신이 납니다.

바야흐로 4년마다 다가오는 내로남불 후안무치 경진(競進)대회 철입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놈이 그놈입니다. 대의정치는 이미 떡 사서 먹었고, 나대는 놈에게 X 딸들은 한편이며 Y 극기 부대들도 그편입니다.

나랏돈 국민의 피 같은 예산을 주무르는 의회 선수들을 뽑는 굿판은 요새 요렇게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백성이 걱정해도 내일은 해가 뜬다며 제 놈 흥에 겨워서, 나는 잘났고 너는 못생겼다고 신나서 외칩니다. 출처도 의심스러운 여론조사는 막상막하라고 얼러댑니다. 떠들어 우기는 놈이 장땡인 현대판 굿판이 바야흐로 끝장으로 다가옵니다.

국민의 소중한 한 표가 나라 운명을 가르는 성스러운 정장 굿판입니다. 말이 없는 다수의 현명한 의중이 난장판 굿판을 정장 판으로 바꿀 것입니다.

맹자(孟子)가 환생하면 득의에 차서 그 봐 내가 맞고 순자(荀子) 네가 틀렸잖아. 순자 환생 得意而曰 吾是汝非. 이를 듣고 Kant가 지하에서 말합니다. Hallo es ist Vernuft(순수이성).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게 순수이성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