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결코 욕심 때문에 본성을 잃어선 안 돼
시청앞 / 결코 욕심 때문에 본성을 잃어선 안 돼
  • 정칠석
  • 승인 2024.03.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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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處處(처처)에 有種眞趣味(유종진취미)이니 金屋茅 (금옥모첨)이 非兩地也(비양지야)라 只是欲蔽情封(지시욕폐정봉)하여 當面錯過(당면착과)하면 使咫尺千里矣(사지척천리의)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어디서나 참 즐거움이 있어 대저택과 초가집이 다를 바 없다. 다만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 한번 어긋나면 가늠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큰 저택에 살거나 초가집에 살거나 삶의 참뜻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욕심과 정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익불사숙( 不射宿)이란 말이 있다. 주살로 자는 새를 잡지 않는 다는 뜻으로 인자의 자비심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애급옥오(愛及屋烏)란 말이 있다. 남을 사랑하면 그 집의 지붕에 있는 까마귀까지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본성이 살아있는 한 모든 사물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이 이 땅위에서 완전히 존재하지 않게 됐다 하더라도 자비심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존속해 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명예를 잃는다는 것은 그 어느 것이나 다 커다란 손실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자비심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작금에 들어 대전지검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통계청 관계자 11명을 통계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데 대해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검찰에 따르면 문 정부 당시 집값 지표인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은 125차례나 조작됐다고 한다. 발표 전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토록 하는 등 사전검열 체제가 구축됐으며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검토 지시 방식으로 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이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로 통계 관리에 문제가 드러나 시작된 수사에서 조작의 증거가 다수 확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 재판에서 사실로 판명된다면 이는 국기문란 범죄로 국가 운영의 기초자료 작성과 사용을 법으로 엄격히 규제한 통계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훼손된 선례를 그야말로 찾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통계가 조작되면 정책을 바로 세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국민경제의 막대한 왜곡과 피해를 유발하게 된다. 차제에 정부가 직접 통계에 손을 댄 초유의 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 수위와 통계청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는 시스템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