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교단에서 / 홍원기 시인
詩의 풍경 / 교단에서 / 홍원기 시인
  •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승인 2024.03.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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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씨앗마다 불러오는 배,

봄기운이

교정을 더듬거리고

알전구처럼 초롱 한 눈망울들

교정을 바라보면

햇살 고이 부끄럼을 헤는

시려운 마음이여

내 사십여 성상(星霜) 동안

조약돌 하나 빚었더냐

슬금슬금 흘러든

유년의 살 아픈 기억마저

얕은 생을 비춘구나

이젠 마른 가슴으로

그대들의 혼을 지필 수 있을런지

얘들아, 선생님을 밟고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렴

 

홍원기 시인의 ‘교단에서’ 사유의 시는 사십여 년 분필(粉筆)의 시간이다. 시인은 교단의 눈망울을 초롱초롱 풍경으로 그려나간다.

시의 묘사가 그렇듯 홍원기 시인 역시 자연의 풍경보다 더 고운 교실의 소란 소란이 들려오고 있다. 이 시의 묘사는 학생들과 정서가 열린다. 아이들과 생활의 체취, 선생의 마음이 짙게 투영되어 있다. 손해만 계산할 줄 아는 사람들을 향해 흐느끼는 세상의 연주도 담겼다.

홍원기 시인은 교단, 사십여 성상의 시간을 열여섯 행의 시에 모두 담기는 어려울 것. 시인은 교직을 퇴직하고서 초중고 동창회장을 비롯한 십여 개가 넘는 봉사단체 요직을 두루 이어간다. 체력의 시간, 내 안의 시간을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

시인에게 공자의 시간은 따로 없다. 홍원기 시인 스스로가 시경(詩經)의 행간이다. 이미 사회의 일원이 된 제자들을 향한 소중한 ‘존재의 안부’가 이어가고 있다. 투명의 빗물이 복숭아나무에 걸리지 않듯 제자들이 사회생활에 자유롭게 유영하길 기원하는 시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