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은 담백해야 뚜렷해져
뜻은 담백해야 뚜렷해져
  • 시정일보
  • 승인 2008.03.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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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口 腸者(여구현장자)는 多
淸玉潔(다빙청옥결)하고 袞衣玉食者(곤의옥식자)는 甘婢膝奴顔(감비슬노안)하나니 蓋志以澹泊明(개지이담박명)하고 而節從肥甘喪也(이절종비감상야)니라.”
이 말은 ‘명아주를 먹고 비름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얼음같이 맑고 옥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비단옷 입고 좋은 음식 먹는 사람은 종노릇 시늉도 마다하지 않는다. 뜻은 담백함으로써 뚜렷해지고 지조란 부귀를 탐하면 잃고 마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주나라의 무왕이 난폭한 은왕을 정벌했다. 이윽고 천하는 모두 주나라를 섬겼다. 그러나 은나라 백성이었던 백이와 숙제는 그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의로써 주나라의 곡식을 먹을수 없다하여 수양산에 숨어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주려 죽었다는 사기에 적힌 일화가 있다.
이 시대를 살면서 백이와 숙제같은 무모할 정도의 의로움을 지키지 않을지라도 자기자신을 처신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의로움만은 간직해야 할 것이다.
권력에 의지하고 부에 아첨하는 무리들을 보라.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치 개나 말처럼 종노릇 시늉도 사양치 않는다. 의지력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인도하는 힘이다.
작금에 들어 대통령과 장관들이 기업 활동이나 국민생활의 현장을 찾아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하며 국정 수행을 위한 필수적인 사안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일부 장관의 현장 확인 행정은 왠지 겉치레 행사에 그친 것만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장관이 30여분간 민생현장을 찾기 위해 공무원들이 장관 방문에 앞서 서류를 잔뜩 요구하는 바람에 민간기구와 업체 사람들은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이는 분명 민폐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실용행보에 발맞추려는 장관들의 현장 챙기기가 결국은 대통령의 뜻과는 거리가 먼 전시행정으로 일관한다면 이는 분명 기업인을 살리는 전봇대 뽑기가 아니라 기업인들을 괴롭히는 전봇대가 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코자 한다면 수박 겉핥기식의 전시행정인 현장 방문은 지양하고 실질적인 확인행정을 시행, 진정 국민을 위한 일하는 작은 정부, 국민을 섬기는 정부의 실용주의 정신을 되살려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