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약은 입에 쓰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8.07.0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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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4기 후반기가 시작됐다. 2년 전 선거승리로 벅찼던 가슴은 이제 과거가 됐다. 임기시작과 더불어 전임자보다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도 생겼다. 반환점을 돈 지금에서는 이런 생각이 더 절실하다. 그래야 다시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2년 전 녹록치 않은 상대였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따돌리고 당선된 오 시장은, 그러나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그늘을 태생적으로 안고 출발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을 비롯해 대중교통체계 개편, 서울광장 조성 등 사업을 잇달아 성공하면서 혁혁한 전과를 거뒀고 결국 이런 성과들로 ‘일 할줄 아는 사람’으로 인식돼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런 이명박 시장의 성공을 보면서 오 시장은 자신도 ‘같은 길’을 가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임기 2년을 보낸 오세훈 시장은 본인이 기대와는 다른 평가를 받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됐다. 민선4기 중간평가를 겸한 최근 일련의 평가에서 평균이하의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실시한 시민여론조사 결과 오 시장이 공들이는 사업인 ‘한강르네상스’에 대해 응답자 52.7%가 모른다고 답변했고, 잘 알고 있다는 8.4%에 불과했다.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답변은 시민 열명 중 8명이 넘는 81.4%였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으로 이뤄진 서울지역사회공공성연대회의가 실시한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은 더 심각하다. 설문결과 응답자의 35%가 ‘미’를 줬고, 28%는 ‘양’, 14%는 최하위인 ‘가’를 줬다. 공무원들은 오세훈 시장이 내세우는 창의시정을 ‘독선적 전시행정’으로 몰았고, 동시에 64%는 ‘전시행정을 고쳐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충분히 억울할 수도 있다. 행정에 상상력을 더한 ‘창의시정’을 펼치고 있고 한강르네상스와 컬처노믹스를 주창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평가가 박절한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또 이런 평가가 시민 전체가 아닌 일부 ‘경향성 있는’ 단체와 회원들이 대상이 됐다는 것도 평가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하지만, 시민들은 차선보다는 최선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는 거의 2달간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미국 쇠고기 파동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렇기에 옛 사람들은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