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된 의정비가이드라인
반쪽 된 의정비가이드라인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8.10.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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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이다. 그때 광역의회는 평균 5339만원으로 전년도보다 14%P, 기초는 3846만원으로 39%P 의정비를 올렸다. 경기도의회는 5412만원에서 7252만원으로 34%를 인상했고, 증평·무주군은 98%를 인상했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강동구의회가 88%를 올려 인상폭이 가장 컸고 종로구·도봉구·송파구의회가 5700만원으로 기초의회 최고를 기록했다.

시민단체 등은 비판의 화살을 날렸고, 민주노동당은 ‘월급은 일반가구 근로소득의 2배를 요구하면서도 의정활동은 조례발의 0.38건으로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는 인상폭이 큰 지방의회에 대해서는 재의요구 및 행정적,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히면서 지방의회를 압박했다. 이런 탓에 몇몇 지방의회는 당초 인상안보다 줄어든 수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어 지방의원 겸직금지 확대와 의정비심의위원회 심의강화, 의정비가이드라인 마련 등 지방의회의 ‘돌출행동’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9월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시행령> 개정안이 그런 결과물이다.

그러나 개정 <지방자치법시행령>은 당초 입법예고안보다도 후퇴, 개악(改惡)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입법예고안은 가이드라인에서 ±10%의 자율권을 인정했지만 개정령은 ±20%를 인정했다. 또 2006년 유급으로 전환한 후 사문화된 원격지출장비 지원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방의회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의정비가이드라인은 원칙과 신뢰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 정부가 지방의회의 반발을 탓하며 기본을 허물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2006년 5월 지방의원 유급전환과 관련, 기자설명회 중 상한(Ceiling)을 둬야한다는 지적에도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던 탓인지 ‘지방의 자율과 책임’만을 앞세웠다. 그렇지만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게 입증돼서야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기자는 지방의회의 전문화 등을 위해 의정비가 높아져야 한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지금도 그런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의장선거를 위해 동료의원 30여명에게 100만원에서 500만원을 주고, 성매매를 알선하며, 자신들이 당선되지 못했다며 사법기관에 고소를 하는 지방의원들에게 국민의 세금을 떼 줘야 한다는 건 반대다. 물론 일부 지방의회의 문제지만 말이다. 금년 한해 지방의원들에게 1540억20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모두 국민이 낸 피만큼 귀한 세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