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Nobles Oblige’가 그립다
지방의회 ‘Nobles Oblige’가 그립다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8.11.06 11:43
  • 댓글 0


서울시 시민옴부즈만 감사결과 중랑구의회가 업무추진비를 ‘허투루’ 사용한 것으로 3일 드러났다. 지난달에는 도봉구ㆍ광진구ㆍ양천구ㆍ금천구ㆍ성동구ㆍ노원구의회가 업무추진비를 유흥비로 쓴 사례가 지적돼 시민단체의 집중포화를 고스란히 맞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서울중구의회 앞에서는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향응과 성(性)을 받는 대신 표를 넘겨준 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여졌고, 송파구의회는 집행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추진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포기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괜한 걸 트집 잡는다’고 투덜대곤 한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출범한 후 17년간 계속돼 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시쳇말로 ‘재수 없어 걸렸다’는 게 지방의원들의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른다. 시민단체는 이번 일을 기화로 의정비의 대폭 인하와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물론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水至淸則無魚)’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법률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 이상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은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공무원이 그랬다면 의원들이 불같이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동산 자산가치 폭락에 따른 위험이 곳곳에 산재하고, 주가는 지수 1000선에서 헤매며, 환율은 여전히 높고, 국민들은 하루가 걱정되는 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억 감소했다며 모금액수를 사상 처음으로 낮춰 잡았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지방의원들이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편성한 업무추진비를 술 마시고, 노래하는데 탕진했다면 그들이 하늘처럼 떠받들겠다(?)던 주민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이 이렇게 계속된 데는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 시민들의 지방의회에 대한 무관심이 원인이다. 모처럼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지방의회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를 강화하고 있다. 달랑 며칠 만에 관심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방의원들의 뼈를 깎는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또 지방의원들이 Nobles Oblige를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시민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지방의회 무용론’에서 빠져 나올 공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