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의 ‘군기잡기’
시의회의 ‘군기잡기’
  • 문명혜 기자
  • 승인 2008.11.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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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집행부 ‘군기잡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오전 10시 도시관리위원회 감사장. 디자인서울총괄본부 감사를 위해 의원들이 자리를 잡은 후 집행부가 업무보고를 마치자, 고정균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감사를 제대로 받으려면 우선 자료제출 임무가 중요한데 왜 안주는 것인가. 수감자세가 돼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따졌다.
권영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자료를 챙겨 드렸는데 부족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하자, 고 의원은 자료의 불성실함에 대해 볼륨을 배로 늘리며 불만을 토했다.
천한홍 의원이 가세했다. “의원생활 18년만에 이런 자료는 처음 받아본다. 이게 제대로 된 자료인가”며 거칠게 자료를 흔들었다.
권 본부장이 자료가 미흡한 점에 대해 거듭 인정했지만 천 의원은 “미흡한 정도가 아니다. 의원들은 서로 다른 자료를 요구했는데 어떻게 집행부에서 내놓은 답이 똑같느냐”며 추궁을 계속했다.
도시경관담당관도 나서 “자료준비가 소홀해 죄송하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지만 천 의원은 한번 든 회초리를 놓지 않았다. “자료 미비는 의원들을 무시하는 것이고 적당히 넘어가서 해마다 반복이 된다. 앞으로는 행정사무감사가 아니라 행정조사특위를 만들어서라도 바로 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같은 날 오후 환경수자원위원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푸른도시국에 대한 이틀째 감사에서 양준욱 의원은 “자료를 보면 2008년 서울광장 화단관리비용이 없는 걸로 나오는데 어제 누군가가 있다고 대답했어요. 그 사람이 누굽니까. 누구예요”하고 소리를 지르자, 안승일 푸른도시국장이 “화단관리 비용이 없을리 없죠”라고 대답했다.
양 의원은 “자료엔 없다”고 소리치며 의원들이 제출된 자료를 보고 감사준비를 하는데 자료가 부실한 점을 집요하게 추궁해 결국 안국장으로부터 “잘못했다”는 시인을 받아냈다.
행정사무감사는 상임위원회 활동과 더불어 의정활동의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집행부의 잘못을 끄집어내고 시정케한다는 점에서 ‘의정활동의 꽃’으로 부르기도 한다.
14일 연출된 풍경은 행정사무감사에서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의회가 ‘효율적인’ 감사를 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쓰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바로 ‘군기잡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