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용(節用)이 으뜸의 의무다
절용(節用)이 으뜸의 의무다
  • 시정일보
  • 승인 2009.01.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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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 웅 구로구청장


지난해 9월26일부터 3일간 구로는 축제로 분주했다. ‘점프 구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화축제를 개최한 것도 6년이란 해를 넘겼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점프해 ‘미래를 연다’는 의미를 부여했고, 금년은 ‘미래를 이끈다’는 의미로 개최됐다. 그냥 문화축제라는 명목으로 놀고 즐기는 식의 그런 축제가 아니라 구로의 미래를 구민에게 알리고 구민의 동참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였다. 첨단과 환경으로 성숙한 이곳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구민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축제의 콘셉트도 디지털과 환경이었다. 디지털산업단지가 있는 첨단 디지털 도시를 알리기 위해 전국 벤처인들이 디지털산업단지에 모여 넥타이를 매고 달리며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벤처인 넥타이 마라톤 대회’가 열렸고, 공단의 역사를 체험하고 디지털산업단지의 미래를 조명하는 ‘추억의 구로여행’이 첨단빌딩 옥상에서 거행됐다. 세종과학고등학교에서는 전국 학생 과학축전이 열려 미래의 벤처인이자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있었다. ‘첨단 디지털 도시’의 이미지를 널리 알려 구로의 첨단산업이 날로 번창하도록 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던 것이다. 구로가 가진 지역특성의 표출이었다.
특히 첨단빌딩 옥상에서 진행됐던 ‘추억의 구로여행’에선 ‘구로물산 돌진 앞으로!’를 외치며 두 손을 번쩍 치켜들 뻔한 충동을 느꼈다. 1977년 9월26일에 있었던 가리봉물산의 수출 100만 불 달성을 기념하는 근로자 위로공연이 재현되는 무대에 서자, 이 같은 충동이 얼굴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당시 가리봉물산 직원들이 똘똘 뭉쳐 수출목표를 달성했듯이 구로구청장이 아니라 구로물산 사장으로서 우리도 똘똘 뭉쳐 ‘21세기 첨단을 이끄는 디지털 도시’, ‘클린 도시’, ‘명품 교육도시’를 이루고 말겠다고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축제 마지막 날엔 2만여 시민이 안양천 물길을 걷는 퍼레이드가 있었다. 공단을 통해 오염의 대명사로 일컬어졌던 안양천이 첨단디지털단지와 함께 청정하천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고,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의 가슴에 심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9, 10월에 거의 모든 자치단체가 축제를 개최했다. 그러자 H신문에선 ‘지역축제 혈세낭비’라는 제목으로 질타를 했다. 이 신문은 지방행정연구원의 조사를 인용해 지역축제에 대해 국민 33%가 낭비라며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적었다. 절용이 목민관의 으뜸 의무인데, 이 같은 기사를 읽으니 머리가 숙연해진다. 이 기사에 따르면, 우리 구로는 246개 자치단체 중에서 65점 이상의 점수를 받는 50개에 포함돼 대체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화합에 기여하고 있는 단체로 인정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디지털과 환경이란 컨셉으로 구로만의 특성을 살리고자 노력한 결실이 아닌가 한다.
지역축제, 자칫 잘못하면 주민화합이란 핑계로 먹고 즐기자는 식이 되기 쉽다. 하지만 우리 구로는, 첨단산업단지를 통해 디지털 도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해야 하기 때문에, 공해로 얼룩진 이미지를 환경을 통해 벗어야 하기 때문에 놀고 즐길 여유가 없다. 앞으로 덧붙일 것은 교육과 문화이다. 나아갈 방향과 목표가 뚜렷하기에 느긋할 수가 없다.
九老, 아홉 노인이 장수한 마을이었다. 이제 구로의 ‘로’는 불을 담는 火爐를 의미한다. 화로가 고철을 담아 각양각색의 유익한 철재를 뽑아내듯이, 구로는 구민의 마음을 담아 희망을 뽑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