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고마워요, 성동구”
외국인 근로자 “고마워요, 성동구”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3.12.2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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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마장동 동명초교 ‘송년잔치’…타국 설움 달래

지난 14일 성동구 마장동 동명초등학교에서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송년잔치가 열렸다. 이날 잔치에는 중국과 몽골,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뿐 아니라 콩고, 알제리 등 아프리카에서 온 근로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모처럼 타국에서 겪는 설움을 겨울하늘 속으로 날렸다.

외국인 근로자 송년잔치는 지난 1998년 처음 시작된 이래 5년째 계속되는 행사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 송년잔치 개최 초창기에는 주로 성동구 성수동지역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참석했으나 현재는 서울시와 인근 도시에서도 참가하고 있다.

개회식에 이어 진행된 송년잔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국가별로 나와 자국의 명예를 걸고 춤과 노래자랑 등 열띤 경쟁을 벌였다. 또 프로농구 치어리더들의 축하공연은 잔치분위기를 한껏 띄웠고, 레크리에이션과 한마당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는 물설고 길선 한국에서 이방인인 그들이 당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경험을 잠시나마 잊게 도왔다.

행사를 주최한 성동구는 특히 외국인근로자들 위한 송년잔치라는 점을 감안, 이날 참가한 외국인근로자들이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노력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Ja-han Gir(자한 길·30) 씨는 “한국에 온 지 5년이 됐는데 이런 행사는 처음이다”며 “한 곳에서 동료들도 만나 함께 즐길 수 있어 아주 즐겁다”고 말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송년잔치는 그러나 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 강력단속으로 참석인원이 작년의 절반수준인 200여명에 그쳐 잔치분위기를 반감시켰다. 성동구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참가자가 적어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Ja-han Gir씨도 “친구들 여럿도 구속됐다. 정부는 법률을 지키느라 어쩔 수 없겠지만 현실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Ja-han Gir씨는 5년 전부터 성수동지역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방글라데시 소재 대학에서 경제학을 2년 공부하다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계속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돈을 더 벌고 싶어서…”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