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편법인상 의정비 반환” 판결
법원 “편법인상 의정비 반환” 판결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9.05.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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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일, 도봉‧금천‧양천구에 반환결정…민노당 “나머지도 소송 계속”
법원이 지방의원 의정비를 인상하면서 일부 기초의회에서 규정을 어긴 채 편법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를 토대로 삼은 것은 잘못이라며, 부당인상분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서태환 부장판사)는 20일 서울 도봉구와 금천구‧양천구 주민들이 해당 구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소송에서 구의원 1인당 각각 2136만원, 2068만원, 191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지난 2007년 10월 이후 제기된 의정비 인상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됐다. 주민소송을 주도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서대문‧성동구의회를 비롯한 나머지 모든 자치구의회에 대해서도 주민감사청구와 주민소송을 제기할 것을 명백히 했기 때문이다.
• 법원 “주민 여론조사 편법” 인정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이들 자치구의회가 의정비인상과 관련, 주민여론조사가 편법으로 진행됐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가 주민의견을 직접 묻는 방식 대신 월정수당 인상을 전제로 하거나, 이를 유도하는 등 편향적인 내용으로 변경됐다고 판단했다.
도봉구의회는 누구나 횟수 제한 없이 여론조사사이트를 방문‧참여할 수 있도록 해 설문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금천구의회는 여론조사에 155명밖에 참여하지 않아 의견수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또 2007년 기준으로 2006년 대비 공무원 봉급인상률은 2.5%, 물가상승률은 2.2%에 불과한데도 도봉구는 월정수당을 95%, 금천구는 132%, 양천구는 86%나 인상한 점도 위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들 자치구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는 지방의원 유급제가 시행되면서 2007년 10월 의정비를 큰 폭으로 올렸다. 광역의회는 전년보다 14%P 오른 평균 5339만원을, 기초의회는 39%P 인상된 3846만원으로 결정하는 등 사회문제화 됐다.
이런 문제가 생기자 2008년 10월 의정비가이드라인을 만들며 급격한 인상추세를 억제했다. 또 민주노동당과 주민 등은 의정비가 부당하게 인상됐다며 2007년 12월 서울시에 주민감사를 청구했고, 감사결과 의정비심의위원회 선정 및 주민여론조사 부적절 등이 드러나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 자치단체들 ‘전국 확산?’ 고심
이날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로 당장 소송당사자인 도봉구와 금천구‧양천구는 물론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서대문구‧성동구는 고민에 빠졌다. 법원이 판례를 중심으로 판결하는 탓에 이날 결정으로 패소할 확률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민소송을 앞서 이끄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른 자치구에서도 확산시키겠다는 입장이고, 이날 소송에서 패소한 자치구는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의정비 파동은 전국적인 사안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천구 관계자는 “전액 반환하라는 판결은 생각 못했다”면서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해 방향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전액 반환해야 한다면 항소할 계획이다”고 밝혔고, 도봉구‧금천구도 항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20일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주민들의 반대목소리를 무시하고 혈세를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여긴 구의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첫 승리”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해당 구의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와 함께 부당 인상한 의정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자치구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향후 재판결과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전부 패소할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對)의회 관계를 감안할 때 패소할 경우 항소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방용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