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식지 않는 4대강 공방, 왜?
기획/식지 않는 4대강 공방, 왜?
  • 백인숙 기자
  • 승인 2009.09.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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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4江’인가 ‘민생 死江’인가

홍수·가뭄 해소·일자리 창출 경제회생 ‘일거다득’
22조2천억 예산 확보 문제 … 복지부문 잠식 불보듯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4대강 살리기’ 건설이 다음 달부터 본격 착공된다.
4대강 살리기는 생태계를 살리며 홍수피해와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목적 하에 22조2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 오는 2012년에 완공되는 사상최대 토목공사이다. 이에 많은 경제학자들과 시민·환경단체 등은 열띤 토론과 비판들을 쏟아내고 있다.
본지는 MB정부의 ‘4대강 살리기’ 정책 추진배경과 목적, 쏟아지는 찬·반 목소리와 그에 대한 이유 등을 알아보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논란의 진실에 대해 접근해 보았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돼왔다. 특히 지난 4월27일 열린 4대강 살리기 정부합동보고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강과 바다를 잘 활용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라며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강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사업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6월8일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4개 부처 합동으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4대강 살리기는 기후변화에 대비, 홍수피해를 방지하고 물 문제를 해결하며 관광·레저·문화 등 지역경제에 새로운 저탄소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녹색성장의 대표사업으로 일자리창출 약 34만명, 생산유발효과 약 40조원의 실물경기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4대강 사업에 한해 ‘지역의무공동도급제’를 확대, 수자원기술 발전과 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시켜 대한민국을 ‘물 관리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비전은 ‘생명이 깨어나는 강, 새로운 대한민국’이라고 설명하며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 국토 재창조, 지역균형발전과 녹색성장 기반 구축을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부는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치수대책을 수해복구 위주의 사후대책에서 벗어나 사전예방대책 위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또 정보기술(IT)을 포함하는 첨단 수변 네트워크 구축, 식수 선진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물 부족과 홍수 피해를 해결하고 수질 개선과 하천 복원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13억 톤의 물을 증대 확보함으로써 미래의 물 부족과 가뭄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친환경적인 보 설치와 하도(河道, 물길) 준설(浚渫, 밑바닥에 쌓인 모래나 암석을 파내는 일)로 8억 톤, 신규댐 건설과 기존댐 연결로 2.5억 톤, 그리고 기존 농업용 저수지를 높여서 2.5억 톤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지난 10년간 홍수로 인한 피해는 연간 131명의 인명피해와 2조7000억원의 재산피해에 이른다며 여기에 홍수예방 투자 1조1000억원, 복구비 4조2000억원이 들어가는 등 해마다 투입되는 비용만 8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물그릇’을 늘리면 홍수와 가뭄 피해 예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수해복구 위주의 치수대책에서 사전예방 투자로 전환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4조4000억원을 투입, 홍수 피해를 원천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퇴적토 준설, 홍수조절지 및 강변저류지 설치, 노후제방 보강 등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료되면 홍수조절 용량이 9억2000만 톤 늘어나 200년 빈도의 홍수에도 안전한 하천을 구현, 앞으로 닥칠 홍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에 따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2년이면 오염도가 높은 34개 유역이 체계적으로 관리돼 4대강 본류 수질이 평균 2급수로 탈바꿈하고 ‘물고기가 뛰어놀고 수영할 수 있는 좋은 물(2급수·리터당 BOD 3㎎)’이 현재 76%에서 86%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름만 바꾼 대운하?
4대강 살리기 논란가속

그러나 4대강 살리기가 이름만 바꾼 대운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들의 찬반논란은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강바닥을 준설하고 수중보를 설치한 뒤에 나중 갑문만 설치하면 그대로 대운하가 되는 것 아니냐며 이명박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환경단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갑문이나 터미널 등 대운하 관련 시설은 마스터플랜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수질 향상을 위한 예산을 늘렸고, 물 저장량을 키우기 위한 보(洑,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쌓고 냇물을 막아 두는 저수시설) 설치를 4개에서 16개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마스터플랜 확정 후인 6월10일 충남 금산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강을 살려서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하는 게 이번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참뜻”이라고 강조했다.

수질개선과 생태계 회복 가능하나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은 강의 바닥을 파내고 16개의 보를 만들어 형성된 거대한 ‘물그릇’을 통해 가뭄과 홍수를 다스리겠다는 것. 그러나 이 부분이 수질문제와 관련한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즉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시설을 없애는 게 강 살리기의 기본인데 강을 막아 어떻게 수질을 개선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박재현 인제大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가 설치되면 강의 유속이 보 설치 이전보다 10배 이상 느려지고 각각의 보에 물이 10∼40여일 머물면서 녹조류 성장을 촉진, 수질 악화가 예상된다”며 “오니토 퇴적문제는 극복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물그릇’이 바로 수질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수질개선 분야에 평소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 사업 이전보다 수질을 더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환경단체들은 4대강 공사구간에 서식 중인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 등 민감 어종에 대한 보호대책도 요구했다.

현재 환경부가 4대강 수계 640곳의 수생태계 건강성 조사결과(2007년, 2008년) 천연기념물 1종, 멸종위기종 7종, 한국 고유종 50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직접적으로 4대강 공사 구간에는 흰수마자와 얼룩새코미꾸리 등 3종의 민감종이 분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감종에 대해서는 샛강 등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고 멸종위기종 등을 증식시켜 현재보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4대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강바닥에서 5억7000만㎥의 막대한 토사를 긁어내는 것 자체가 수생태계에 큰 타격이라며 “특히 대규모 토목사업이 2년 안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면 하천 생태계의 큰 그림이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대 위한 반대 위험
국민들 지혜 모아야


단기간 공사 부실 우려…사업속도 조절 필요

▲ 정부는 지난 6월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4개부처 합동으로 4대강살리기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사진 중앙은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
이 자리에서 각 단체들은 “4대강 살리기는 수십조원을 들여 전국의 강에 녹색분칠을 하겠다는 것으로 4대강에 돈 들여 삽질하지 말고 신종플루나 민생안정 대책부터 신경쓰라”고 강력 비난했다.

또 강북구 A 공무원은 “가장 경제가 어려울 때 2년간의 단기공사로 왜 이런 사업을 하려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22조억원 국민의 혈세를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를 땅파기 사업에 올인한다는 건 대통령 임기 중 개인의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 진정 국민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그 예산을 저소득주민 돕기나 대학 등록금 삭감에 써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이번 사업에 대해 시민, 공무원들의 긍정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노원구의 K 공무원은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돼 있어 수자원의 효과적인 이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그냥 물을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종로구 주민 박모 씨는 “청개천 개발 때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재탄생되지 않았나. 이명박 정부가 싫어서 무조건적인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를 하기보다는 한번 더 생각하고 국민들이 어느 것이 옳은지 정확히 판단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양쪽 입장 차이가 큰 가운데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전 국민의 호응 속에 성공하려면 MB정부는 이 간극을 메우는 작업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의 의지대로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나라는 물관리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또 정보기술(IT)과 환경기술(ET) 융합형 물관리 기술의 세계표준 모델선점도 기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4대강 살리기는 물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와 문화를 살리고, 국제위상까지 한껏 높여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학·경제계 전문가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이 너무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을 우려한다. 6개월만에 마스터플랜이 완성되고 2년 내 공사가 완공되는 이번 초스피드 공사에서 “무엇보다 기술적 공학적 사전 점검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임을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4대강 살리기가 ‘민생 死江’이 아닌 ‘행복 4江’이 되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