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쓰레기 다시보기’ 열풍
세계는 지금 ‘쓰레기 다시보기’ 열풍
  • 임지원 기자
  • 승인 2009.10.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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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구 소재 자원회수시설
인류 문명사에 격변기가 도래했다. 석유·가스 등 산업혁명기를 떠받치던 화석연료시대가 40∼60년 후면 소멸하고 신에너지 시대를 맞아야 하는 것이다. 화석연료시대를 반세기정도 남겨둔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를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며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2월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녹색성장론’은 화석연료시대 종료에 대비하기 위한 20년 장기비전의 일부이며 차후에 누가 정권을 차지하느냐와는 무관하게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녹색성장’은 향후 수십년간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데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순간부터 도태를 각오해야 할 만큼 심각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서울시가 이같은 흐름을 놓칠 리가 없다. 금년 7월 전격적으로 ‘2030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놓고 장기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자원재활용을 견인하는 ‘폐기물 관리정책’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선진국들 ‘폐기물 에너지화’ 적극 추진
◇‘자원의 순환’ 서울형 녹색성장 본가동
◇쓰레기 매립 대신 소각 ‘지역난방’ 활용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위기는 환경뿐만 아니다. 자원고갈에 따른 경제적 문제도 수면위로 떠올라 ‘녹색성장’은 미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면 좋은 것’이 아닌 ‘꼭 해야만 하는’ 정책으로,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원 확보에 있어 ‘폐기물 관리’는 녹색성장에 가장 부합하는 전략이며,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이다.

◆서울시, ‘자원순환형 자원관리’ 방안 제시
2007년 기준 서울시 하루 폐기물 발생량 4000톤. 이를 단순 소각하면 2억4000만원, 직매립 시 2억6800만원이 든다(환경부, 폐기물에너지화 종합대책 자료 기준). 여기다 40년 후면 석유가 고갈되고, 58년이 지나면 천연가스 또한 그 수명을 다한다. 이들을 대체할만한 에너지원 확보가 절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더 로저스는 그의 저서 <사라진 내일>을 통해 “오늘날, 쓰레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은, 쓰레기가 좋은 사업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버려짐과 동시에 쓸모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관리 받음으로써 경제 성장의 주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속가능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에너지 안보’로 규정하고, 기후변화와 연계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구온난화와 자원고갈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로 ‘폐기물 에너지화 추진’을 유도하고 있으며, 독일은 가연성 폐기물을 이용한 고형연료(RDF)를 연간 300만톤 생산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까지 2.8mtoe의 에너지 생산 및 760만톤의 CO₂감축을 목표로 ‘바이오매스타운’ 건설을 추진 중이며, 기존 중소형 소각로를 RDF 시설로 대체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신재생에너지 확보, 폐기물 해양배출 기준강화 및 배출금지 추진, 및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가시화됨에 따라 폐기물 에너지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서울시 또한 원천적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감량화(Reduce)부터 재사용(Reuse)ㆍ재활용(Recycle), 에너지화(Reco very) 단계까지 ‘자원순환형(Zero Waste) 자원관리’를 시도한다. 지난 7월 발표한 ‘2030년 서울형 저탄소 녹색성장’을 보면, 서울시는 자원순환형 자원관리를 위해 △도시 광산화 △탄소배출 제품 재사용, 재활용 및 탄소배출 억제 △모든 제품을 재활용하는 그린디자인 도입 △가연성 및 유기성 폐기물의 에너지 회수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ReduceㆍReuseㆍRecycleㆍRecovery

‘쓰레기는 만들어진 뒤에 처리할 것이 아니라, 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쓰레기 감량화(Reduce) 정책이 시작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버려지는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해 1995년 실시한 ‘쓰레기종량제’는 23%의 쓰레기 배출 감소 효과를 가져왔으며, 재활용율을 175% 늘렸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약 8조400억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했다. 또 제품 생산 단계부터 쓰레기 발생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는 쓰레기 생산을 원천적으로 감량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설계ㆍ생산 단계부터 모든 제품을 재활용하는 ‘그린 디자인’을 도입해 재활용율을 높일 방침이다.

쓰레기 감량화와 함께 발생한 쓰레기를 재활용(Recycle) 및 재사용(Reuse)하는 것 또한 쓰레기 제로화의 구체적 실현 방안. 현재 서울시 16개 자치구에서 자체 재활용 선별장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용산구는 녹색 성장 취지에 맞게 재활용 선별장을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함께 쓰레기 제로화에 도전한다.

한편 서울시는 폐소형가전을 7%에서 2012년까지 90% 이상을 회수한다는 계획 아래 도시 광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시는 폐가전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사회적 기업인 ‘자원순환센터’를 통해 폐기물의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그밖에도 폐가전 배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청소기, 전자렌지 등 32개 소형 폐가전 처리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시행효과에 따라 냉장고 등 대형가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재활용이나 재사용 못지않게 ‘쓰레기 에너지화(Recovery)’ 역시 경제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시는 가연성 생활폐기물 에너지화 및 자원회수시설의 지속적인 성능개선으로 소각용량을 증대시켜 소각율을 41%에서 90%(2030년)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대규모 택지 개발시 자원회수시설 확보 의무화, 폐기물 원천가량 및 재활용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 및 매립량 최소화를 도모한다.

시는 자원회수시설을 통해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량 회수, 고온에 의한 스팀 압력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나머지 열을 아파트 등 공공주택의 지역난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양천, 노원, 강남, 마포 등 4개의 자원회수시설이 가동되고 있으며, 은평뉴타운 자원회수시설은 시험가동 중이다.

“자원회수시설은 단순히 쓰레기를 태워서 없애는 것 아니다”고 강조한 서울시 김상경 자원회수1팀 담당자는 “매립보다는 버려지는 쓰레기를 ‘소각’함으로써 수도권 매립지의 수명을 최장화시켜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우리나라 자원회수시설 환경 설비는 세계적 수준으로, 지역난방에 따른 대기오염에 비해 몇 십분의 일 이하로 환경오염 물질 발생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서울시는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자원화 하는 방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는 2030년까지 55% 가스화를 목표로 음식폐기물 바이오 가스화 사업을 착수했다.

쓰레기, 사회적 기업과 만나다

환경보존·자원절약 넘어 ‘일자리 창출’ 경제 신동력

결국 ‘녹색성장’은 환경 보호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이 최종 목표다. 이는 취업 소외 계층에게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회적 기업’을 만나 구체화 된다.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대표적 사회적 기업으로는 서울시에서 본격 추진 중인 ‘자원순환센터’와 용산구 재활용 선별매장 ‘더 좋은 세상’, 문화ㆍ예술 분야의 첫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 등이 있다.

서울시는 도시 광산화 사업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성동구 소재 서울시차량정비센터 내 810㎡ 규모로 올 11월 자원순환센터를 설립한다. ‘자원순환센터’는 폐가전 제품에서 금이나 은 등 희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함으로써 ‘쓰레기 제로 운동’을 실천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 및 지역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1석3조의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월 250톤의 폐가전과 월 10만대의 폐 휴대폰을 분해 및 파쇄해 희귀금속 정련업체에 매각하게 되며, 이를 통해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와 폐가전 분리ㆍ해체 유가물추출 등 6000여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녹색성장’에 코드를 맞춘 자치구 차원의 사회적 기업은 용산구가 운영하는 재활용 선별판매장인 ‘더 좋은 세상’이 대표적 사례. 전안수 기획예산과장은 “더 좋은 세상은 현재 70명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고용창출뿐만 아니라 ‘쓰레기 제로 도시 용산’을 구현하는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면서 “생활폐기물 중 혼합재활용품으로 배출되는 양은 1일 30톤에 이르는데 이들 쓰레기 발생량의 90% 이상을 자원화 함으로써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재활용품 판매로 인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재활용’에 상상력을 더해 문화ㆍ예술의 새로운 사회적 기업으로 탄생한 ‘노리단’이 있다. 노리단은 ‘내몸, 자연, 문명의 재활용을 바탕으로 사회적 활력과 지속가능한 즐거운 디자인을 지향’하며 2004년 11명의 단원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현재는 10대에서 40대까지 87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쓰레기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독창성을 무기로 쓰레기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 오는 11월 문을 여는 자원순환센터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