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본이 경제발전의 두둑한 밑천”
“문화자본이 경제발전의 두둑한 밑천”
  • 문명혜 기자
  • 승인 2009.10.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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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소 서울시 문화국장

  1 컬처노믹스 집행관을 만나다

작년 1월초 오세훈 시장이 컬처노믹스 원년을 선포한 후 서울시의 컬처시정 드라이브가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얼굴격인 세종로 지상에 조성한 광화문광장 위에 한반도 전 역사에서 최고의 문화군주로 꼽히는 세종대왕 동상을 세워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지하엔 세종대왕 전시관을 꾸며 문화시정의 상징으로 삼는 한편, 서울시 전역에 문화예술 창작공간, 공연장, 전시관을 조성하는 등 문화인프라 확충에 진력을 쏟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가 시정역량을 컬처드라이브에 쏟는 것은 의심할 것도 없이 문화를 통해 세계일류로 가려는 것이다. 문화를 등한시하고 세계초일류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고 컬처노믹스에 매달리는 이유다.

본지는 컬처시정의 전반적인 진행상황이 궁금해 컬처노믹스 주무부서인 문화국의 문을 두드렸는데 사업내용이 너무 방대해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고민 끝에 문화시정의 모든 것을 독자들에게 전하려던 마음을 접고 2회에 걸쳐 컬처시정 집행관인 권혁소 문화국장과의 대담과 컬처노믹스 핵심사업중 하나인 문화예술 창작공간 확충사업을 소개하려 한다.

-편집자주-

컬처노믹스 초기 문화인프라 확충 중요

2000년 역사 복원해 관광자원화 해야

한류, 최강 IT, 컬처노믹스 미래 밝아

 

권혁소 문화국장은 1984년 행정고시를 통해 서울시와 인연을 맺은 후 서울시 국제협력담당관과 문화국 관광과장, 서울시 환경기획관을 역임하고 금년 1월부터 컬처노믹스 집행관인 문화국장의 중임을 맡았다.

권 국장은 관광과장 재임시절 서울시 문화유적을 입체적으로 설명하는 ‘서울문화유산 해설사’를 도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권 국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문화국 직원으로서 문화적 소양을 높일 것을 주문하는 한편 스스로도 독서와 문화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문화전사’의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권혁소 서울시 문화국장에게 컬처노믹스의 현재와 미래전망을 들어본다.

 -문화국장 재임 10개월째입니다. 10개월간 컬처노믹스 주무부서의 수장으로 일해 온 소회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서울 곳곳에 문화예술이 물처럼 공기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 우리 문화국의 모토인데 문화국의 업무가 다이나믹하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만큼 시간가는 줄 모르고 10개월이 훌쩍 지나간 듯합니다. 단순히 즐기는 문화가 아닌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감을 갖고 전략을 가다듬고 사업을 추진하느라 정신없이 뛰었는데 벌써 10개월이 지났다니 스스로도 놀라게 됩니다.”

-민선 4기도 벌써 8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시기적으로 ‘컬처노믹스’의 성과가 가시화 될 때인데 어떻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은 누가 문화국장을 하든 컬처노믹스의 성과를 내 문화시정을 반석 위에 올려놔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서울시는 ‘컬처노믹스’를 기치로 내걸고 문화도시로의 역량을 쏟아왔는데 올해부터 두드러진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시정전반에 문화마인드가 뚜렷하게 자리를 잡고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인프라도 확충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단계 이므로 열심히 하드웨어를 준비해 왔는데 앞으로 콘텐츠를 충실하게 채워 서울의 21세기 성장동력은 문화라는 말을 시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피치를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문화국의 업무를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주신다면.

“한마디로 시민과 예술을 이어주는 가교, 혹은 메신저의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문화정책 수립과 문화인프라 구축, 문화자원 개발·지원, 역사문화유적 복원 등 다양한 업무를 통해 서울을 누구나 살고 싶은 매력 있는 도시로 만들고 시민들이 문화적으로 혜택을 누리는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민선4기 들어 문화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문화가 밥이고 돈이다” 입니다. 문화자본이 경제발전의 두둑한 밑천이 된다는 뜻인데 서울발전의 역할이 커진 만큼 문화국을 좋게 봐 주시는 걸로 생각합니다.”

-민선4기 서울시정은 컬처시정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컬처가 강조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바로 전에 말씀한대로 문화와 경제는 별개가 아닙니다. 예전에 문화라 하면 소비적인 것을 떠올렸지만 이젠 문화가 고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돈’이며 도시를 먹여 살리는 핵심전략이고, 여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컬처노믹스입니다.

컬처노믹스는 시민들의 문화의식과 자부심을 높여 도시의 품격을 갖추게 하고 문화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얻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컬처노믹스를 통해 서울을 뉴욕, 런던, 도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민선4기의 핵심비전이고 도시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고 보면 ‘컬처’의 중요성은 앞으로 점점 커지게 될 겁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작년 신년사에서 컬처노믹스 원년을 선포하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습니다. 컬처노믹스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기적으로 봤을 때 문화예술 창작기반과 여건을 확충하는 ‘문화인프라’를 늘리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인들에겐 창작활동의 장을 만들고 예술이 펼쳐지는 현장을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컬처노믹스의 기초를 닦는 중요한 일입니다.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올 한해만 6곳이 개관되고 문화예술공연장도 올해 20곳이 공사완료 됐거나 조성 중입니다. 전시장·박물관·미술관 역시 15곳이 지어졌거나 공사 중으로 민선4기 말미에 이르면 서울시의 문화인프라는 예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서울시의 ‘컬처드라이브’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서울시청사 대형아트벽에 설치된 오방색 조각보와 한글 ‘서울사랑’ 자모로 구성된 미술작품이 오는 12월 중순까지 전시된다.

“문화인프라가 늘어난 결과로 문화공연이 다양해지고 횟수도 대폭 늘어남에 따라 시민들의 문화환경에 대한 만족도도 매년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서베이’의 서울시 문화환경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2006년 20.1%에 그쳤지만 작년엔 33%를 넘어섰고, 올해는 40%선을 돌파하리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민선4기 남은 여정 8개월간 문화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업무나 사업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터플랜에 계획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입니다. 문화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고 창작활동을 지원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문화국의 목표인 만큼 한 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멀리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2000년 고도 서울의 역사를 복원해 관광자원화 하는 일도 문화국의 주요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일류 문화도시의 명성이 불과 2∼3년만에 뚝딱 만들어질 수는 없고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꾸준히 투자해 차근차근 내실 있는 콘텐츠를 채워야 하는데 문화국은 앞으로도 서울의 문화브랜드를 높이는 데 중추적 역할을 계속할 것입니다.”

-문화국 수장으로서 컬처노믹스의 미래를 전망해 주신다면.

“뛰어난 기술을 오랜 기간에 걸쳐 다듬어야 명품이 만들어 지듯이 컬처노믹스도 우리만의 문화원형을 활용하고 가꿔서 독창성을 확보해야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2000년 고도의 유구한 역사문화자본과 ‘한류’를 통해 확인된 가능성에 세계 최강의 IT인프라 등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어 컬처노믹스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봅니다. 이러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문화도시의 트렌드를 보려면 뉴욕, 파리, 런던, 도쿄가 아닌 서울로 가라는 평판이 나올 때까지 서울시는 컬처노믹스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 나가야 합니다.”

-문화시정 집행자로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제 서울도 외국 부럽지 않은 문화도시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 등 서울 곳곳에서 외국에서 즐길 수 없는, 값싸지만 내용이 충실한 문화프로그램들이 풍성하게 열리고 있으니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출입기자가 본 컬처노믹스

세계 10위 벽 돌파 수단

  

여의도 한강공원 준공을 기념해 한강에서 열린 수상음악회.

2008년은 서울시정사의 획기적인 해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컬처노믹스’ 때문이다.

 

문화를 밑천으로 서울시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2008년 신년사는 향후 시정의 방점을 문화로 옮기겠다는 선언이었고, 오 시장의 말대로 ‘문화’가 시정 최고의 주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대한민국 전 역사를 통해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문화’로 고도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구체화 한 적이 없었기에 서울시의 컬처노믹스 행보는 다소 ‘실험적’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고,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지만 컬처노믹스가 모험적인 것만은 아니다. 혜안 있는 미래학자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문화 없는 도시는 도태될 것”을 경고해 왔고, 경제전문가들 역시 향후 문화산업 성장률을 연 6∼10%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컬처노믹스에 대한 비난은 잠재워 질 수 있었다.

게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서울의 성장세는 ‘퇴행’의 조짐마저 보여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로서는 문화산업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민선4기의 비전이 함축된 ‘글로벌 TOP 10 진입’을 이루기 위해선 고도성장의 수단이 필요했고 서울시가 선택한 방법론이 바로 컬처노믹스였던 것이다.

컬처를 디딤돌로 세계초일류로 가겠다는 서울시의 구상이 제대로 된 방향이긴 하지만 문화의 산업적 토대가 만들어지고 도시발전의 핵심분야로 성장하려면 2∼3년의 시간만으론 어림없는 일이다.

이런 한계점을 인식하고 있는 서울시는 컬처노믹스 선언 이후 문화인프라 확충에 공을 쏟고 있다. 문화의 산업적 토대가 만들어지려면 우선 생산자인 예술인들과 소비자인 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인프라 확충에 나선 서울시는 현재 ‘경이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순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연장, 창작공간, 전시관, 박물관 등이 한달이 멀다 싶게 문을 열고 문화소비자들의 수도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달라진 문화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서서히 조정국면에 이르겠지만 ‘컬처노믹스 드라이브’ 이후 서울시의 문화환경 만족도가 매년 7%정도나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산업과 사촌간이나 다름없는 관광산업 성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서울시는 요즘 서울의 역사마저도 1400년이나 늘려 잡고 있다. 초기 백제시대 유적을 근거삼아 시민들 귀에 익숙한 ‘정도 600년’을 과감히 버리고 ‘2000년 고도’를 새롭게 쓰고 있는데 고대도시의 ‘상품성’에 주목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컬처노믹스는 세계수준의 창의문화 인구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디자인을 통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관광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TOP 10에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컬처노믹스는 현재 42만명으로 추산되는 창의문화 인구를 70만명으로 늘리고 44위인 도시브랜드 가치를 20위권으로, 31위인 관광경쟁력을 20위 정도로 끌어올려 문화산업 경쟁력 세계 5위에 들어가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돼 있다.

서울시의 ‘야망’이 실현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는 서울시의 문화환경을 피부로 느끼게 될 시민들에겐 상당한 즐거움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