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있는 부귀와 명예를 지녀야
뿌리있는 부귀와 명예를 지녀야
  • 시정일보
  • 승인 2010.01.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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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貴名譽(부귀명예)가 自道德來者(자도덕래자)는 如山林中花(여산림중화)하여 自是舒徐繁衍(자시서서번연)하고 自功業來者(자공업래자)는 如盆檻中花(여분함중화)하여 便有遷徙廢興(변유천사폐흥)하며 若以權力得者(약이권력득자)는 如甁鉢中花(여병발중화)하여 其根(기근)을 不植(불식)이라 其萎(기위)를 可立而待矣(가립이대의)니라."

이 말은 부귀와 명예가 도덕에서 출발한 것이면 숲속의 꽃처럼 그 뿌리와 잎이 자연히 자랄 것이며 공로에서 출발한 것이면 화분속의 꽃처럼 자주 자리를 옮겨 흥망이 있다. 또 권력에서 출발한 것이면 그것은 화병속의 꽃처럼 뿌리를 심지 않는 탓으로 금방 시들어 버린다는 의미이다.

부귀는 날개가 달렸고 권세는 어느 날 밤의 꿈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마치 화병속의 꽃처럼 뿌리를 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발작의 소설 고리오 영감에는 훌륭해지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고 머리를 숙이고 아첨하고 속일 것을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것들에서 얻어지는 부귀라면 아마 화분속의 꽃처럼 자주 자리를 옮기게 되어 흥망성쇠의 변덕이 심하기 마련일 것이다. 분명 날개도 없고 어느 날 밤의 꿈도 아닌 부귀와 명예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도덕을 바탕으로 한 삶 속에서라면 하루에도 몇 그루씩의 꽃나무를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T.S.엘리어트는 그의 산문에서 이 세상의 악과 싸우려면 단 하나의 수단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자기자신을 도덕적으로 완성시키는 것 뿐이라고 그는 외치듯 말했다. "관용의 피가 뛰는 맥박에서 용감하고 충성된 행동으로 살라.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 생활을 미워하며 암흑을 깨뜨리고 비쳐오는 숭고한 이상을 가지고 인류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려는 정신을 가지고 살라" 부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지름길이 거기에 있다.

작금에 들어 용산 사건 사망자 5명에 대한 장례식이 355일 만인 치러졌다. 그러나 전철련 관계자와 세입자 등 농성 사망자 5명의 유족은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모두 35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으나 반면에 같은 사건으로 숨진 경찰특공대원 김남훈 경사의 유족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보상금은 1억3214만 원에 불과하다는데 대해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정당한 공권력을 집행하다 순직한 사람은 보상을 적게 받고 불법과 떼법으로 점철된 이들에게는 더 많은 보상금을 줄 수 있는지. 이렇게하고도 우리나라가 법치국가라 할 수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은 불법이 더 큰 보상을 받고 합법적인 공무수행이 상대적으로 현저히 빈약한 보상을 받은 셈이돼 전체 경찰관들에게 큰 충격과 함께 사기를 저하시킨 꼴이 됐다. 앞으로 경찰관이나 소방공무원과 군인들이 자신의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정부는 이러한 불합리하고도 말도 안되는 처사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며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국가에 봉사하고 있는 공직자들에게 유사한 사건에 대한 보상의 현실화와 사기앙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