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몰랐을까
개나리 꽃 피는 봄에도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는 여름에도
가슴 시린 겨울에도, 내내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침묵으로 꿈을 꾸고
침묵으로 대답했던 나날들
발꿈치에선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왜 몰랐을까
사랑하던 애인과 이별을 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올 때도
혼자가 아니었던 것을
왜 몰랐을까
숱한 길들 위에서
숱한 길의 끝에서
단 한 번도 맹세한 적 없지만
맨발로
세상에 서 있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 서야 알게 된, 나의
무심無心을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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