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리 시인의 포엠테라피 / 신발
김하리 시인의 포엠테라피 / 신발
  • 시정일보
  • 승인 2010.01.2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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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몰랐을까

개나리 꽃 피는 봄에도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는 여름에도

가슴 시린 겨울에도, 내내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침묵으로 꿈을 꾸고

침묵으로 대답했던 나날들

발꿈치에선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왜 몰랐을까

사랑하던 애인과 이별을 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올 때도

혼자가 아니었던 것을

왜 몰랐을까

숱한 길들 위에서

숱한 길의 끝에서

단 한 번도 맹세한 적 없지만

맨발로

세상에 서 있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 서야 알게 된, 나의

무심無心을 용서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