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폐지” vs “맘대로 안될걸”
“구의회 폐지” vs “맘대로 안될걸”
  • 방용식 기자
  • 승인 2010.04.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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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특위 결정에 반발 거세, 6월 국회본회의 통과 미지수

국회 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위원장 허태열 의원, 한나라당‧이하 개편특위)가 27일 특별시‧광역시 자치구의회를 2014년부터 폐지하기로 하는 내용의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안’을 처리한 데 대해 직접 당사자인 구의회는 물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여기에 진보신당이 28일 오전 구의회폐지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을 비롯해 민주노동당은 반대논평을 냈고, 민주당 김민석 최고의원도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윤규진 서울시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강동구의회 의장)은 본지와 통화하면서 “특위 결정사항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같은 소리”라면서 “구민들의 세금을 구청장 맘대로 쓰자는 얘기인데, 차라리 관선(官選)을 하라”고 비난했다. 윤규진 의장은 지난 1991년 구의회가 출범한 이후 제5대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구의원으로 선출돼 활동 중이다.

‘구정위원회’가 구의회 대신?

특위는 논란의 대상이던 도(道)는 유지하되, 특별법안 제13조에서 구의회는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이 국회본회의 의결로 확정되면 오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부터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시‧군의원만 뽑게 된다. 결국 1000여 명의 구의원은 선출하지 않고, 구의원 업무를 돕는 구의회사무국도 사라진다.
구의회가 폐지되면 구정(區政)위원회가 설치돼 구의회를 대신한다. 구정위원회는 구청장과 해당 자치구에서 선출된 특별시‧광역시의회 의원 등으로 구성되며 구 예산과 구가 제정하는 규칙(안) 심의, 주민청원 등을 심의‧권고한다.

특위는 또 대통령소속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위원 27명)’를 구성하고 행정개편을 위해 시‧군‧구의 인구와 지리적 여건, 생활‧경제권 및 발전가능성, 지역특수성, 역사‧문화적 동질성 등을 고려해 통합이 필요한 지역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밖에 도(道)개편방안을 2014년 지방선거일 1년 전까지 정하고, 통합 자치단체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특례도 규정했다. 

위헌소지, 반발…산 너머 산

특위가 27일 정한 특별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6월 열리는 임시국회 이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의회폐지를 의결한 특위에서조차 한나라당 소속의 김충환‧차명진 의원이 특위결정에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구의회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아 국회 통과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서울시당도 27일 오후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김충환 의원은 27일 특위 전체회의에 참석, “풀뿌리 지방자치발전에 역행하는 법안제정에 참여할 수 없다”며 특위 위원직을 사퇴했다. 김 의원 측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구의회폐지 반대의견을 모아서 본회의에서 표결이 부결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김영재 정책실장은 “특위위원들은 찬성하고 있지만 당론으로 추진되지 않은 사항이라 본회의 통과여부는 의문이다”며 “지방선거 후 재론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해 특별법안의 변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진보신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법안 처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야합’이다”고 규정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와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특히 구의회폐지는 ‘지방자치단체는 의회를 둔다’는 헌법 제118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강조한 후 “구청장은 주민이 선출하고 구의회는 선출하지 않는 방법은 지방자치제를 채택하고 있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구의회 폐지는 구청장의 전횡을 부채질할 뿐 아니라 더디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전면으로 부정하겠다는 ‘反자치적 폭거’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허태열 특위위원장은 이런 움직임과 관련, 2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차기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 특별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부탁 한다”고 구의회 폐지반대 여론차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