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흐름에 좌우되는 ‘누더기 세제’
정치흐름에 좌우되는 ‘누더기 세제’
  • 시정일보
  • 승인 2010.05.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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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선거, 침체된 건설업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 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특례와 감면이 꼬리를 물면서 세제가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 특히 특정 지역에만 해당되는 세금감면까지 등장했다.
세금은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누더기 세제’로 세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세제의 기본원칙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도외시한 채 비과세 감면을 계속 신설하는 건 재정 건전성을 크게 해치는 일이다.
금융위원회가 지정하는 금융 중심지에 2012년 말까지 창업 혹은 사업장 신설을 하는 금융보험업 기업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면제 받는다. 이런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지역은 현재 전국에 딱 2곳이다. 제주도에서는 내년부터 렌터카?특산품?기념품 3개 품목에 한 해 연간 100억원 한도 내에서 부가가치세 환급제가 시행된다.
한 국가 내에서 특정지역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는 것은 드문 일이다. ‘1국가 1조세 체제’라는 조세원칙에도 어긋난다. 다른 지역에서도 너도 나도 관광진흥, 외자유치를 내걸고 부가가치세 면제를 원하는 상황이 닥칠까 우려된다.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놓은 ‘서민?중산층 생활비 다이어트 대책’에는 대중교통비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근로소득 금역 상의 30%를 제외한 연간 소득 3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대중교통비(택시는 제외)를 소득공제 항목으로 신설해준다는 것. 또 하나 내년부터 고향세를 신설한다는 것. 소득에 따라 현재 살고 있는 시?군?구에 내는 ‘소득할 주민세’의 최대 30%를 출생지 또는 고거에 5년 이상 살았던 지역에 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지방출신 인구 800만명이 고향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도록 만든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민세는 공원 등 지역 기반시설과 주민들의 복지에 쓰이는 세금이다. 다른 지역에 나눠주는 건 원칙에 어긋난다. 고향세를 내지 않고 주민세를 100% 해당 거주지에 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고향세를 내는 이웃에 ‘미운 이웃’이 될 수 있다. 고향세 떼는 만큼 해당지역에는 주민세를 덜 내고 대신 동네의 복지혜택은 똑같이 누리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고향세가 많아야 한다”며 지자체마다 경쟁이 불붙을 경우 지역색 문제가 악화될 소지도 있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점.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 세제실로서는 작년 말부터 번번이 밀리고 있다는 실정이다. 모두가 수긍하는 세제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