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별렀던 그들
단단히 별렀던 그들
  • 방용식 기자
  • 승인 2010.07.0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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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용식 기자

설마 했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해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은 벗어났다. 아무래도 단단히 별렀던 것 같았고, 착실하게 준비한 듯 했다.

놀랍다는 반응이다. 무섭다는 말도 한다. 한 직원은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싹 바꿨다”고 했다. 그 직원은 고향 탓에, 누구 말대로 ‘구름 낀 볕뉘’도 쬐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속 시원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4년 동안 절치부심(切齒腐心)했나 보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가 단행한 인사를 두고 벌어지는 광경이다. 이날 성동구는 5급 간부 18명을 비롯해 6급 전보와 승진 등 100명을 발령했다. 구청 핵심보직인 총무과, 자치행정과, 기획예산과, 문화공보체육과 등 과장을 모두 동장으로 내려 보냈다. 대신 동장들은 구청 과장으로 올렸다.
성동구 5급 간부는 48명이다. 서울시 권한인 기술직 5명과 계약직 2명, 정년퇴직 4명을 제하면 50%가 갈린 셈이다.

게다가 7월1일자 사무관 승진예정이던 5명은 6급으로 전보했다. 이들 중 2명은 과장 직무대리를 맡아왔다. 나머지 승진예정자들도 말석 팀장자리로 배치됐다. 그들은 이미 사무관 승진에 필요한 교육을 마쳤다. 현재 성동구는 5급 4명이 지난 6월30일자로 공로연수에 들어가 세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선거과정에서 전임 구청장에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런 사실은 현 구청장의 선거캠프에 보고됐다. 특정인은 승진을 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는 ‘험한’ 얘기도 들린다. 구청장을 곁에서 ‘모시는’ 사람들이 자로 잰 듯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이다. 대신 이곳에는 특정지역 출신의 ‘문제성’ 인물인 K씨가 기술직 팀장으로 전입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본인이 구체적인 자리까지 거론하며 다닌다고 한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전쟁에서 전리품은 필요하다. 그러나 전쟁에서 이겼다고 적군을 다 죽이지는 못한다. 또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현명함이다. 4년간 설움을 겪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상대방은 어땠을까 하고 한번쯤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스웨덴 그룹 ‘아바’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The Winner Takes It All)’고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세태를 꼬집었다. 사랑노래지만 가사가 참 비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