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살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한국시정신문
  • 승인 2010.08.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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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춘 식논설위원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자살 수위가 위험 한계치를 넘어선지 오래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자살율, 그 중에서 노인의 자살율은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다. 이제 개인의 죽음을 넘어 국가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8월2일 30대 초등 여교사 교내에서 자살했다. “명예롭게 좋은 교사로 퇴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에 있는 한 저의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드네요. 더 이상 숨이 막혀서… 앞으로는 제발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 주고… 남의 허물을 덮어주며 한가족처럼 지내시기 바랍니다”(중략). 이어 포항지역 유흥업소 여종업원 3명이 월 이자 20~30%에 달하는 살인적 고리대 사채에 못 견뎌 자살했다. 지난 달에는 한류의 토대를 만들었던 탤런트 박용하 씨가 자신의 방에서 자살한 바 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국가가 아닌가.
우리나라 2008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2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수치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보다 충격적인 것은 노인 자살율이다. 인구 10만 명당 55세~64세의 OECD 자살율 평균이 14.7명인데 비해 한국은 42.7명으로 턱없이 높다. 그런데 자살 예방과 관련된 예산배정에 있어서는 OECD 국가중 최하위이며, 자살예방과 관련한 법도 아직까지 없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네덜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자살 예방법이 정식 법안으로 채택돼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한 지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실제로 자살율이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일본은 지난 2000년 국가 차원에서 ‘건강 일본 21’이란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2006년에는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해 민간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살 예방과 관련된 실무자 교육 등도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는 자살을 정신질환의 영향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그에 따른 체계적인 치료방법들이 주요 정책으로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살하는 사람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자살을 막는 방법을 연구하고 법으로 자살 예방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
자살을 시도한 이유로는 염세, 비관, 가족간 갈등, 경제적 빈곤, 별거 및 이혼, 질병 등의 순이라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경제적 양극화가 주된 원인이며, 우리 정부와 한국 사회가 질병과 가난, 고령화 시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데에 책임이 있다.
최근에 정부는 2013년까지 자살 사망률을 20명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을 세우고 광역자치단체에 정신보건센타를 설치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국민을 상담 치료하는 제2차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자살은 정부가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대책을 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인터넷에 떠도는 자살 정보을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살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자살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 보다는 자살에 대한 흥미 위주의 보도가 난무하고 있으며, 보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해 해결방안을 내세우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도달하지 못하고 사회적인 공론화를 통해 자살 방지를 위한 사회 전방위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이제 보건복지부는 물론 기초자치단체도 직접 나서 대대적인 생명존중 운동을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전개해야 한다. 나아가 주민교육을 통해 생명의 고귀함을 가르치고 종교기관, 지역의 시민단체가 대대적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캠패인을 벌리자. 특히 지역사회내의 복지기관에서는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 운영해야 하며 지자체는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생명은 귀중한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무조건 살아라. 어쨌든 자살은 타인에 대한 배반이다. 인간답게 죽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라. 자살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