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음악회를 보고
아주 특별한 음악회를 보고
  • 시정일보
  • 승인 2010.08.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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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고등학교 3학년 이승연)

얼마 전 나는 친구에게서 특별한 초대장을 받았다. 학생들이 연주하는 음악회에 같이 가자는 거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인 나에게 음악회 초대장이 그다지 반가울 리가 없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책상위에 던져버리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음악회가 열리는 8월7일 초대장을 주었던 친구가 성화를 부렸다.

이날 공연에 참여하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꼭 관람하러 가야 된다는 것이다.
‘공부할 것도 많은데...’ 나는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친구와 같이 공연장에 도착했다. 공연장에 도착해서야 나는 내가 정말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음악회에 초대됐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공연팀들은 나와 똑같은 학생들이었고, 더 놀라운 것은 고3학생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연습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주위사람을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연 것이다. 이 음악회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나니,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잠시 후 사회자의 진행으로 공연은 시작됐고, 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싶어 맨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준비한 공연이라 그런지 조금은 서투른 모습도 보였지만, 공연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참 맑고 밝아보였다. 악기연주에 맞춰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학생들의 노래 소리가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려 공연시간 내내 공연장은 사랑의 열기로 가득했고, 뜨거운 격려의 박수가 메아리 쳤다.

공연 중에 특히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것은 피아노를 치고 싶어 목숨을 걸고 탈북했다는 김철웅 피아니스트. 건반 위에서 요정이 춤을 추는 듯한 아름다운 손놀림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 아름다운 선율은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공연 중간에 영상을 통해 소개된 GCC클럽은 2007년에 미국에서 유학중인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여서 결성된 동아리로, 북한 어린이와 소외계층 더 나아가 제3세계에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결성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유학생 한명이 미국 현지에서 장난감을 모아 국제난민의 자녀들에게 기증하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했었는데, 뜻있는 유학생들이 동참하면서 이렇게 동아리 활동으로 발전하게 됐다는 거다. 그 학생들은 방학마다 귀국해서 이렇게 작은 음악회를 열어 조성된 기부금으로 새터민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일부는 국제구호기구인 글로벌 투게더를 통해 제3세계 어려운 어린이를 돕고 있다고 한다.
나는 공연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김철웅 피아니스트는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으면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아노를 저렇게 잘 칠 수 있고,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으면 하나뿐인 목숨까지 걸고 탈북 할 수 있었을까? 봉사활동에 참여한 저 학생들은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저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있구나.’

이번 음악회는 나의 학교생활과 앞으로 내가 꿈꾸어왔던 목표를 향해 얼마나 더 노력해야 되는지 깨닫게 했다. 나는 앞으로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나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봉사와 나눔을 더 열심히 실천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김철웅 교수님처럼 내가 꿈꾸고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충실한 하루하루를 쌓아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