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 국민과 함께 해야 할 숙제
공정한 사회, 국민과 함께 해야 할 숙제
  • 시정일보
  • 승인 2010.09.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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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기획취재국장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정치권과 관가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 지진해일 같은 파장을 낳고 있다. 이 문제가 기존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이 시대의 화두로 급부상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공정치 못했다는 인식이 일반화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정파와 지역, 계층을 막론하고 ‘공정’이라는 기치를 거부하기 어려운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압축 성장을 하면서 불공정이 횡행하는 데 제대로 그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웠던 것만은 사실이다. 어쩌면 먹고 사는 데 급급했던 탓일 거다. 하지만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고위 공직자 후보들의 도덕적 해이에 실망한 민심은 공정한 사회라는 새로운 아젠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후보자들이 자진사퇴의 뜻을 밝힌 후 청와대에서 내놓은 설명은 ‘개각 내용이 공정한 사회란 기준에 미흡했다는 국민의 평가를 받아들인다’는 취지였다. 예전과 같은 불공정을 이젠 용납할 수 없다는 집단적 개안인 셈이다.
공정한 사회의 ‘공정 강풍’은 여의도로 넘어가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켰던 강용석 의원을 한나라당은 제명?출당시켰다. 이어 국회는 사학 비리협의를 받은 민주당 강성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는 바로 구속되는 처지가 됐다. 아울러 이 정권의 최장수 장관이었던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딸 특혜채용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퇴했으며 그 후폭풍으로 특채 공직자들에 대한 조사가 전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기에 앞서 공직사회, 권력 가진 자, 힘을 가진 자, 가진 사람, 잘 사는 사람이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며 “기득권자에게는 매우 불편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어쩌면 정부?여당이 먼저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해 그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번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 임명과정에서 공정한 사회에 맞지 않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는 ‘자아비판’으로 회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 정권이 창출될 때마다 선거자금이 문제가 됐다. 이번 정권은 그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정권이어서 우리 정권에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소명”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장기 독재와 같은 권력구조의 탈선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뤄냈을 뿐 아직도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진성의 유산인 사회적 격차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한 사횔ㄹ 만들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의 개념이 정확히 무엇이며, 그것을 이룰 수단은 또 무엇인지가 명확히 보이지 않아 궁금하다. 법이 사회의 위?아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그 기반이 보장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그 기반이 확실해야 된다.
이것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정치권과 재계에선 벌써 공정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정의 칼’이 동원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그럴싸하게 퍼지고 있다. 이것도 공정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이지만 그것은 정권이 쓸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 중 하지하책에 지나지 않는다. 잘못 생각한다면 공정의 공포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와 마음과 보조를 맞추는 공정한 사회 만들기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