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참 좋은 이야기>를 읽고
법정스님의 <참 좋은 이야기>를 읽고
  • 시정일보
  • 승인 2010.11.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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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신 (강북구청 교통행정과)

얼마 전 타계하신 ‘무소유’의 저자 법정스님의 ‘참 좋은 이야기’를 읽고 한동안 멍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난 특정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언론과 방송에서 연일 스님의 이야기가 화두였으며 장안의 지인들도 온통 화제가 스님에 관한 얘기뿐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굉장한 내용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쪽씩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정작 이 책속에는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와 일상의 가십거리가 소개되고 있었다. 책 전체 모두가 다 좋은 내용이지만 그중에서 ‘어느 제과점 아가씨’란 단락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하겠다. 

작은 제과점 종업원에게 어떤 손님이 주고 가신 시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조그만 가게임을 부끄러워 말고 그 조그만 가게에 당신의 인정과 사랑을 채워라” 아가씨는 이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며 손님들에게 친절히 대했다. 하루는 늦게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잠그고 나올 때 저쪽에서 눈을 잔뜩 뒤집어 쓴 승용차 한대가 멈칫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아가씨는 얼른 달려가 사연을 물었더니 남자가 창문을 열고 말했다.

“어머니께서 암으로 병원에 계시는데 하루 이틀 밖에 못 사신다고 했다.”그러면서 어머니께서 예전에 어떤 도시에 가니까 아주 맛있는 제과점이 있는데 그 집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도로가 밀려서 이렇게 늦게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아가씨는 얼른 안으로 들어가 불과 난로를 켠 다음 남자손님의 어머니께서 드실 소화가 잘되는 과자와 부드러운 과자를 정성껏 골라 포장해 주었다. 손님은 과자 값을 지불하려고 했지만 아가씨는 받지 않았다. 대신 과자 값은 자기 돈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상냥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저희 가게 과자를 잡숫고 싶다는 분께 돈을 받고 드리고 싶지는 않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러면서 혹시 과자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니 명함을 주고 가라고 했다.

어느날 밤 아가씨는 꿈을 꾸었다. 얼굴도 알 수 없는 그 남자손님의 어머니가 꿈에 나와서 목이 메어 고통스러워하며 과자를 먹고 있었다. 꿈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불길한 꿈이었다. 이튿날 아가씨는 출근하자마자 지피는 데가 있어 남자 손님에게 전화를 했다. 그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차가 밀리고 눈이 많이 와서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는데 도착 30분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면서 어머니께 전화로 제과점 아가씨 얘기를 했더니 그 가게 참 좋은 가게로구나 라고 하시면서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아가씨는 장례식장에 가지고 갈 과자를 예쁘게 포장하고 바로 휴가를 얻어 장례식에 참석했다. ‘우리가게 과자를 마지막에 먹고 싶다고 하신 분. 부디 떠나시는 길에 가지고 가시기 바랍니다’ 라고 아가씨는 기도했다.

이 이야기가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연결되는 것 같다. 무소유란 소유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도 아니다. 진정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란 나눔이기도 하다. 또 내가 더 가지면 그것이 꼭 필요한 남이 가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