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범국민적 체험교육시스템 필요
나라사랑 범국민적 체험교육시스템 필요
  • 백인숙 기자
  • 승인 2010.11.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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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복지국가 보훈정책과 우리의 현실

  한국보훈정책학회(회장 전득주)는 창립을 기념해 우리나라와 가장 많은 관계를 맺어온 미국,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 그리고 남태평양 국가인 호주의 보훈정책의 변용과 문제점을 비교·검토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5일 배제학당 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됐던 기획세미나 모습.

 

 

 

어느 정치체제나 국가를 위해 희생한 충성스러운 유공자들이 있었기에 국가건설과 국가발전이 가능했다. 이들의 공적을 높이 기리고 후세에 교훈으로 삼는 것은 지속적인 국가발전과 국민형성을 위해 필요한 과업이다. ‘국가보훈’이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공헌하거나 국난발생 시 희생한 사람들과 그 유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통해 그들이 영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애국심을 함양하는 것이다. 또 국가유공자를 귀하게 예우하고 그들이나 그 가족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선진복지국가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과제이다.
지난 5일 한국보훈정책학회(회장 전득주)는 세계화와 정보화에 부응하고자 한국보훈정책학회 창립을 위한 기념세미나를 배제학당역사박물관 3층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많은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각국의 보훈정책을 비교·연구하며 우리나라의 올바른 보훈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국가보훈처의 지위를 호주나 미국처럼 총리실 직속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할 것과 젊은 세대 안보의식과 국가관 고취를 위한 ‘나라사랑 범국민적 체험교육 시스템’ 활성화 방안 등이 건의됐다. 이날 세미나 주제발표를 정리했다.



미국의 보훈정책
재향군인·가족 전폭적 지원·보상
예산지원 15개 부처 중 ‘5위’



미국의 보훈정책은 재향군인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미국이 국가건설이나 국민형성, 그리고 국가발전을 어느 수준까지 이룩한 상황에서 민주화나 산업화과정의 유공자가 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징병제가 아닌 지원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143만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는 물론 국가이익에 도전적인 다른 나라의 행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세계문제에 개입하는 경찰국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재향군인이 가장 중요한 국가유공자 범주에 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경찰국가 역할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군인의 지구적 차원의 역할수행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거나 희생한 국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가의 경제능력에 걸맞게 국가유공자에 대해 많은 보상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훈정책 지원조직과 관련, 미국은 연방정부의 각료인 재향군인부 장관과 1명의 부장관 그리고 7명의 차관보가 있으며 27만명의 직원이 있다. 또 재향군인부의 예산규모도 타 부처에 비해 많은 편이다. 2011년 미연방 정부 총예산은 3조8340억 달러(한화 약 4290조원)인데 재향군인부는 1250억 달러(한화 약 128조원)로 차지하는 비율이 3.26%로 나타났다.
또 백악관 예산현황 분석자료에 의하면 2010년 재향군인부 예산비율은 보건 및 인적자원부, 국방부, 재무부, 농림부에 이어 15개 부처 중 5번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를 위해서 희생·봉사한 재향군인의 보상금과 지원금이 엄청난 규모라는 것을 의미하며 국가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보훈대상자는 5870만명으로 전체국민의 약 20%에 육박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국가유공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는 국민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다민족·다인종·다언어 이민자로 구성된 국가로 사회의 국민통합, 미국인이라는 정체성 확립, 국가를 위해 희생한 보람과 자긍심, 애국심 함양 등 정서적·심리적 측면에서 순기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또 국가유공자에 대한 전폭지원 지원과 보상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거나 국가의 부름에 누구든지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동기부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홍득표 인하대 교수)

독일의 보훈정책
전쟁희생자지원법에 의거
16개 연방주서 책임 집행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서독으로 분단됐던 독일이 평화적으로 재통일된 지 2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지난 20세기 독일은 2번에 걸친 세계대전 중심에 서 있었고 폐허가 된 분단국가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 과정을 거쳐 다시 통일국가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갖추기까지 수많은 일들을 겪었다. 이처럼 질곡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독일은 자신의 국가에 대해 시종일관 애정과 애국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로 19세기 말에서야 독일제국을 탄생시킨 게르만족 특유의 역사적 배경을 들기도 하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라는 치욕에 상관없이 독일정부가 자국민에게 실시한 보훈정책에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독일의 보훈정책은 지난 20세기 독일 스스로 그 소용돌이 중심에 있었던 두 번에 걸친 사상 초유의 세계대전과 직결돼 있다.
즉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면서 전쟁피해자와 그 유가족을 원호하는 제도화가 필연적으로 불가피해졌고 전쟁과 함께 병역문제가 도입되면서 보훈정책의 동시실시가 오늘날 독일 국가자긍심의 배경이며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 국·외적으로 이스라엘이나 폴란드 등과 같은 전쟁피해국에 대한 외교적인 노력과 철저한 전쟁배상 동시에 국내적으로 자국민에 대한 전쟁희생자 보훈정책 역시 철저하게 실행한 결과다.
특히 오늘날 독일의 보훈정책은 기본적으로 제도적 토대가 되고 있는 ‘전쟁희생자지원법(Gesetz ueber die Versorgung der Opfer des Krieges)’에 의거하고 있으며 이를 약칭 ‘연방보훈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법은 연방국가인 독일에서 전국적인 통일을 기하기 위해 연방법으로서 제정됐고 복지국가 전통과 사회적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 ‘사회법(Sozialrecht)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이를 수행하는 행정구조는 연방차원에는 독자적인 기관이 없으나 사회복지관련 부처에서 국가차원의 통일을 위한 조정을 가하고 실제 보훈정책 집행은 16개 연방주 차원에서 책임 실시하고 있다.
한편 현대 독일의 보훈정책은 중앙조직(노동사회부 및 5개 관련부처)과 16개 주정부의 보훈청,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66개 지청 등이 집권화-분권화 통합논리에 입각, 체계적으로 협력하는 형태로 수행되고 있다. 또 전통적인 독일식 분권행정구조에 입각, 풀뿌리 차원의 실질적인 보훈지원정책을 수행하되 전국적인 조정을 연방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철저히 책임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보훈담당 기관들이 철저하게 자기책임원칙과 ‘보충성의원칙(Subsidiaritaets prinzip)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선상에서 보훈정책이 집행된다.
이것은 보훈정책의 안전망 속에서 전국 어디에서나 국가차원의 대응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집행하는 정책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심익섭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호주의 보훈정책
해외참전자 보상·기념사업 중심
빠른 노령화 ‘재택서비스’ 중점



지난 10월6일 호주 보훈부는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고 전쟁에 참가한 1만7000명의 희생에 대해 추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도인 캔버라 한국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호주총독과 보훈부 장관, 전군의 참모총장, 제대군인 등이 참석, 우리나라 부산의 UN묘역에 잠든 고인들의 영령을 기렸다.
호주의 보훈제도는 해외 참전자에 대한 보상과 기념사업을 중심으로 형성·발전돼 왔다. 호주는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국가이나 독립과정에서 영국과 뚜렷한 충돌 없이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독립했으며 역사적으로 호주가 적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던 일은 2차대전 중 있었던 일본군의 소규모 기습공격과 공중폭격 뿐이다. 호주의 참전은 기본적으로 해외참전에 기인하며 보훈 주 대상은 해외참전 용사들이다.
호주보훈정책의 주 내용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특징으로는 보훈수급자가 급속도로 노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75세 이상 수급자가 전체 의료보호대상자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이런 노령화 추세는 전체 의료보호 대상자의 8.9%만이 55세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가까운 장래에 대부분의 보훈수급자가 노령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노령화현상은 보훈행정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 호주 보훈부는 의료보호, 특히 재택서비스 확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호주의 보훈행정은 우리 국가보훈처의 행정체계와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조직의 위상부분으로 대부분의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의 경우도 중앙정부 장관급 기관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대비, 우리의 경우 정권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정부출범 초기,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으로 보훈처는 차관급 기관으로 격하됐으나 이후 참여정부에서 장관급기관, 그러다 현 정부에서 다시 조직개편으로 차관급 기관으로 격하됐다.
둘째, 호주는 보훈위원회, 군인재활 및 보상위원회, 보훈부가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훈위원회는 보훈심사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하며 이를 보훈부가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실정은 보훈심사위원회가 국가보훈처의 소속기관으로 돼 있어 독립성 유지에 어려움을 갖고 있다.
셋째, 우리의 보훈대상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매우 다양하다. 이는 국가보훈처의 위상정립을 위해서도 향후 보훈대상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중심으로 단일화된 가치를 보훈처의 상징으로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보훈대상자의 고령화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호주의 경우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홈케어를 비롯한 의료지원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보상의 경우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렀기에 향후에는 다양한 지원서비스 특히, 의료지원에 초점을 맞춰 보훈대상 서비스수요에 부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김신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위원)
白仁淑 기자 / beakihnsuk@sijung.co.kr


한국보훈정책학회·4.19혁명연구회 학술세미나
“국가보훈처 ‘대통령직속’ 격상
보훈 정책예산 상향 조정 돼야”



이번 학술대회는 미국과 호주, 독일의 국가보훈정책 발제와 전문토론가들, 광복회를 비롯한 국가유공자들과 대학생들이 참여, 우리의 보훈정책 방향을 함께 고심했다. 또 이번 학술대회는 우리나라의 보훈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국가보훈처의 지위를 호주나 미국처럼 총리실 직속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할 것(김만기 남서울대 교수). 현행 우리나라 보훈정책부서를 총리실 산하로 두는 것은 강력하고 신속한 보훈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이기후 4.19혁명 연구회장) 등이다.
둘째, 국가보훈정책예산의 상향조정이다. 우리나라 보훈처 예산은 4조754억원(2010년도)으로 전체국가 예산 중 1.4%로 미국이나 호주 그리고 독일의 보훈예산에 비해 극히 빈약한 편이다. 한국의 경제수준에 의한 수당, 복지금, 보상금 등 그 인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김만기 교수)

셋째, 국가보훈처는 관련부처와 함께 젊은 세대들이 미래를 짊어졌을 때 노블리스 오블리제(지도층의무, Noblesse Oblige)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나라사랑 실천훈련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몇 명의 애국자가 나라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나라를 구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국가위기 시(전쟁 등) 누구보다 왕족, 유명인사, 정치인, 부유한 자제들(영국, 아르헨티나 전쟁시 헬기조종사로 참가)이 국가를 위해 솔선수범, 앞장서서 목숨을 바치고 희생하는 전례를 남기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실정은 정치인이나 군고위장성 자제나 연예인들은 군 병역의무를 기피하려고 온갖 편법을 쓰고 있다(이기후, 김만기 교수)

넷째, 젊은 세대 안보의식과 국가관 고취를 위한 ‘나라사랑 범국민적 체험교육 시스템(동아리 등) 활성화’다.(전득주 회장)
현재 한국의 학생들은 고도의 이기주의에 빠져있어 공동체의식이 결여돼 있고 상호간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다. 이런 시대·사회적 배경은 국가의 정체성과 통합성을 희석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부정적인 행태를 극복하기 위해 ‘나라사랑 학생회’를 시민단체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직, 전국에 산재에 있는 학생의거 유적지, 6.25 참상현장, 일제만행, 4.19혁명 유적지 등을 순례하고 국가유공자들과 토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나라사랑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전득주 회장, 김만기 교수)

다섯째, 원론적인 보훈문제의 개선 필요성 대두다. 과거사를 철저하게 단죄한 선진국이 오늘날 독립유공자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가 오늘날까지 과거사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과거청산 절차를 매듭짓지 못하는 것은 바로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포상 역시 형식적인 수혜차원의 보훈정책으로 치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단순히 보훈가족에 대한 보상체계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다한다는 생각보다는 보훈문제의 개선이 궁극적으로 국민대화합을 도모하고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박종수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