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자연이 흐르는 서울을 만들자
역사와 자연이 흐르는 서울을 만들자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0.12.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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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경관전략

세계 주요도시는 도시의 정책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사문화와 자연환경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파리와 교토는 역사경관 보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역사자원을 경쟁력 확보로 연결한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이들 도시들은 모두 엄격한 경관관리와 적극적 지원을 정책기조로 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비해 서울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역사를 지닌 매력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서울시는 2009년에 기본경관계획을 수립했고, 현재는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마련 중에 있다.
서울시 경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연과 역사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데 있다. 서울은 인구천만 이상의 대도시로는 드물게 산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강과 천은 아파트 벽으로 막히고 도로로 차단돼 조망이 실종된 상태다. 또 대형문화재 위주의 보존정책으로 다양한 소규모 역사문화자원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어 일상생활 속에서는 역사·문화적 향취를 느끼기가 어렵다.

고층 아파트에 하천은 막히고
주먹구구 난개발로 산은 사라져



도시의 경관은 그 도시의 상징적 이미지가 돼 방문객에게는 매력을, 시민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많은 도시들은 도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도시경관을 관리하고 있다.
서울은 천만 이상 대도시 중 산으로 둘러싸인 몇 안 되는 도시로, 급격한 도시화과정에서 산자락까지 개발됨으로써 시가지에서 산이 보이는 조망경관이 차단되고, 자연경관도 훼손됐다.
한강과 4대지천(중랑천·안양천·탄천·홍제천) 수변은 고층아파트로 막히고 도로와 각종 비선호시설이 입지해 차단된 상태이다. 또 궁궐, 숭례문 등 몇몇 대형문화재 위주의 보존정책으로,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에 대해서는 소홀해 도시역사에 비해 역사문화적 향취는 빈약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1990년대와 2005년에 도시 전체에 대한 경관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강과 산 주변 경관을 관리하기 위한 규제방안을 제시했으나, 법적 위상 및 실행수단 미흡으로 계획에 그쳤다.
2009년에 수립된 기본경관계획은 △경관축, 경관거점, 경관권역으로 나눠 경관관리구역으로 지정 △건축행위시 경관에 대한 배려 원칙을 제시하는 경관설계지침 제시 등 서울경관의 근간을 형성하는 주요 자원인 강, 산, 문화재 주변에 대한 경관관리의 큰 틀을 제시했다. 또 기본경관계획의 실행을 위해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규제가 아닌 강, 산, 문화재 주변 등 3개 유형별로 핵심적인 경관이슈를 선정해 집중관리하고, 도시경관에 영향을 미치는 개발계획과 사업이 바람직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초기단계에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도심 옛길·물길 보존, 문화재 주변 정비
자연녹지 시가지로 연결 조망가로 지정


서울시는 구릉지 지형보호와 산의 자연녹지가 시가지에 연결될 수 있도록 조망점과 조망가로를 지정했다. 매력있는 스카이라인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도로변 건물의 형태, 높이 등을 유도해 개방감을 확보하고 수변과 수상 시설물 업그레이드를 통해 수변을 활성화했다. 또 다양한 근현대문화유산을 보존·활용하고 도심부의 옛길과 물길을 보존하며 낙후된 문화재 주변 경관을 적극적으로 개선했다.
주요추진전략에는 ‘산으로의 조망 확보, 구릉지 및 자연녹지의 시가지연결’, ‘수변 개방감 확보’, ‘옛 도시흔적을 보존’, ‘실행수단과 연계한 실현성 제고’ 등 총 4가지다.
서울 도시골격의 근간이 되는 내·외사산에 대한 조망 확보를 위해 조망점 251개소와 조망축 35개소를 선정하는 등 주요지점, 도로 등을 선정해 경관특성을 시가지 내에서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남산조망을 위해 조망경관형성구역 3개소(한강로·삼일로·세운녹지축)를 선정했다.
서울다움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구릉지역은 귀중한 경관자원이므로 구릉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주거유형을 유도했다.
‘양호한 구릉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기존의 저층주거유형을 보호하고, 지형특성과 조화를 이루는 경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경관협정 등을 통해 관리했다. 또 ‘훼손우려 구릉지역’에서는 고층과 저층의 혼합배치 등 자연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개발하며 공공주도의 경관관리를 유도했다.
이와 함께 시가화구역의 확산으로 도시녹지의 감소 및 파편화로 자연경관의 훼손 및 생태적 위협을 초래함에 따라 학교, 광장, 주차장 등 도시계획시설의 자투리땅과 대규모 개발예정지 등 녹화가 가능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녹화사업을 추진했다. 또 산자락과 다양한 녹지공간을 연계해 녹지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역별로 높이를 차등화해 아파트 병풍에 의한 위압감을 완화하고 변화 있는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구역별로 평균층수, 최고층수 등을 차등 제시하며 수변에서 시가지 쪽으로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스카이라인을 유도했다.
또 한강변 40개소, 지천변 35개소를 통경축으로 선정해 건축선 지정 및 저층부·고층부 후퇴, 후퇴부 디자인 및 저층부 용도 등 건축물 관리를 통한 활성화를 유도했다.
이와 함께 수변의 경관을 저해하거나, 활성화를 위한 잠재력이 높은 조망장소의 가치와 잠재력을 적극 활용해 수변 활성화를 도모했다.
시는 옛 물길(복원 및 흔적표시·발원지 및 합수지점 표시) 및 옛 길(가로별 성격 규명·역사성 및 장소성 강화·연속성 유지)에 의해 역사특성보존지구, 역사특성관리지구, 소단위정비지구, 대단위정비지구로 구분해 역사적 도시조직의 보존 및 활용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또 선사시대부터 2000년의 도시역사와 600년의 수도로서, 서울시 전역에 걸쳐 누적된 다양한 시대의 역사문화지층을 보유했다.
이밖에도 시는 문화재 주변지역(현상변경허용기준 수립·가로 환경개선·인지성 및 접근성 개선), 서울성곽 영향검토구역(멸실구간 복원 및 정비·주변지역 조망관리), 한옥밀집지역(개별한옥 및 밀집지역 보존 및 확산·군집경관 유지 및 관리)은 역사문화자원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경관형성을 유도했다.
시는 도시경관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계획(지구단위계획·재정비촉진계획·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계획) 및 관련사업(경관사업·가로환경개선사업·도시계획시설사업) 추진 시 경관형성기준을 반영, 규제가 아닌 유도와 지원을 기반으로 하는 경관법의 취지에 따라, 규제사항 준수 및 유도사항 권장 시 다양한 인센티브 패키지와의 연동을 통해 자율참여를 유도했다. 또 경관형성기준을 토대로 사전협의 또는 MP(Master Planner)에 의한 수립을 권고했다.
이성창·박현찬 연구위원(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일본의 경관관리…2004년 ‘경관법’ 제정
교토 ‘역사’·요코하마 ‘수변경관’ 도시 특성 부각



일본은 산과 강, 오랜 역사를 가진 구시가지와 고도성장에 따른 개발 압력 등 제반 여건과 경관법제화 과정이 대한민국과 유사하다.
일본은 자연과 역사의 훼손에 대응하기 위해 1960년대 이후 지자체 차원에서 경관조례를 만들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자주조례에 근거한 경관계획의 한계를 인식하고 2004년 ‘경관법’을 제정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일본은 도시 간 경쟁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각 도시만의 정체성을 구축해 도시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조망경관 확보를 위한 조망경관보전지역 지정 △역사경관보전을 위한 다양한 경관지구 지정(교토) △매력적 수변경관 형성을 위한 경관협의지구와 경관가이드라인 운영(요코하마)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 추진하고 있다.
교토의 조망경관은 오랜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공통으로 즐기는 생활문화로서 공공의 자산으로 보전하고, <조망경관창성조례>에 근거해 조망경관유형을 8개로 구분하고 38개소에 ‘조망경관보전지역’을 지정, 표고에 따른 건축물 높이, 형태, 색채 등의 기준을 마련했다.
교토는 역사도시로서의 도시정체성 확보를 위해 시가화구역의 약 60%에 역사경관보전을 위한 지구를 지정했다. 역사적 거리풍경과 특색 있는 시가지 지역을 대상으로 전통적건조물보존지구, 역사적경관보전수경지구, 일대경관정비지구 등 다양한 종류의 지구를 지정했다. 또 지구별로 상세한 디자인 규제 및 재정 지원을 통해 역사경관을 보전했다. 이와 함께 경관상 특별히 뛰어난 건물에 대해 일대경관건조물, 경관중요건조물, 역사적고안건조물 등으로 지정해 관리했다.
한편 요코하마는 ‘섬’으로서의 특성이 느껴지는 시가지 형성을 목표로 <매력 있는 도시경관 창조에 관한 조례>를 재정, 도시경관협의지구 지정 및 사전협의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또 요코하마는 미나토미라이 신항지구를 도시경관협의지구로 지정하고 역사적 상징물 조망, 수변보행로 확보 등을 위해 12개 경관요소별 기준을 마련하고 각 경관요소별로 건축행위 등의 제한을 담은 경관형성기준 및 협의 시 지침이 되는 행위 지침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