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살자’의 차이
‘자살’과 ‘살자’의 차이
  • 백인숙 기자
  • 승인 2011.01.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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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사람에 따라 여행이 길어질수도, 짧아질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종착점이 같다는 점에서 참으로 평등한 여행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평등한 여행길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만5413명으로 이중 노인자살자 수가 전체의 35%에 이른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8년 65세이상 노인자살자 수는 지난 17년간 11.4%씩 증가했다. 1990년 314명에서 2007년 3541명으로 늘어나 수치상 노인자살자 수는 매년 10.4%씩 증가한 셈이다.
노인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질환·장애’와 ‘우울증’,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늙어서 병들고 가족의 분화와 해체가 심해지는 사회현상 속에서 노인들은 외로움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노인들은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 2004년 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2006~2010)을 시행했고 2008년엔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정부가 추진한 자살예방사업은 1차예방인 ‘자살위험요인 예방사업’에 집중돼 있고 ‘자살위험자 조기발견 및 조기개입사업’인 2차예방대책과 ‘자살시도자 치료 및 사후관리사업’인 3차예방대책의 경우 노인들을 위한 사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오는 2013년까지 2차자살예방종합대책을 세우고 자살예방인력인 보건`복지`교육`경찰`소방대에 대한 교육체계 강화와 자치단체 조례 등을 통해 자살예방관련 법규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자치구 최초로 노원구가 ‘자살예방조례안’을 제정·통과시켜 금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또 성북구 또한 조례가 제정, 자살예방대책에 돌입했다. 이들 자치구들의 성공적인 ‘사람살리기’ 추진으로 타구의 좋은 모범사례가 되길 바라며 개별기관 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주도하에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노인자살대책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에비게일 트래포드가 쓴 ‘나이듦의 기쁨’이란 책에선 50~80세 사이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시기의 사람들은 대개 사춘기와 비슷한 과도기를 경험하는데 이 시기에 새로운 목적과 기쁨을 찾지 않으면 생물학적 지옥에 갇히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늘어난 수명은 분명 하늘의 축복이다. 그러나 늘어난 수명은 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죽음을 부각시키며 우리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