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서울시 국감
한가로운 서울시 국감
  • 시정일보
  • 승인 2004.10.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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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明惠 기자 / myong@sijung.co.kr

18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장은 예상대로 수도이전 공방 국감장이 돼 버렸다.
수도이전을 찬성하는 집권여당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반대측에 있는 서울시 이명박 시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가시돋친 설전과 공방이 지루하게 오가면서 정작 서울시 업무에 대한 국감은 뒷전으로 밀려버린 것이다.
질문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이시장을 서울 우월주의와 서울이기주의에 빠진 ‘역사적 반역자’로 몰아세웠고 이시장은 국민의 70∼80% 반대하는데 수도이전 반대는 반역이 아니라 애국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목이 이날 국감의 하이라이트 였다.
이날 국감장에선 보기 드문 해프닝도 있었다. 열린우리당 장경수 의원이 청와대가 충청도로 옮긴다고 해서 서울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이시장은 중앙정부가 못가게 떼를 쓰는 ‘마마보이’라고 하자 이시장은 용어선택에 신중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나이든 자신이 마마보이라고 불린 것에 대해 웃음보가 터졌다.
이에 장경수 의원은 “국회의원이 질의를 하는데 실실 웃으면서 답변하느냐”며 화를 내자 이시장이 지지 않고 “그럼 큰소리를 내며 같이 싸울까요”라고 맞받아 쳤고 두사람의 ‘말 싸움’을 지켜보던 좌중은 결국 한바탕 웃음바다에 빠져들었다.
25명 의원들의 질의는 거의 예외없이 수도이전 문제에 집중됐고 그동안 국감에 대비해 잔뜩 자료 준비를 하고 대기하던 공무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별히 답변할게 없어 편하다”는 반응도 있었고 “올해 국감은 거저 먹었지 뭐”라며 웃음짓는 공무원도 있었다.
공무원 모두가 즐거워한 것은 아니다. 소수일테지만 “대중교통이니 뉴타운이니 이번 기회에 한번 걸러주는 것도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국감장의 의원들과 이시장이야 초대형 이슈를 놓고 목청을 한껏 높였지만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이번 국감은 한가롭고 시시하기 짝이 없었을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