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위기 극복 닻 오르다
지방재정위기 극복 닻 오르다
  • 문명혜 기자
  • 승인 2011.02.10 13:25
  • 댓글 0

기획/지방재정 위기론

성남시가 작년 7월12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지방재정 위기론을 확산시켰다. 사진은 호화 창사로 비난받은 성남시청 전경.

 

[시정일보]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관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론’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중앙정부의 감세정책과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에 지방정부의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 지면서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론이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는 추세다. 본지는 새해를 맞이해 현재 논의중인 지방재정 위기론의 실체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의 극복방안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고민해 온 본지로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걱정이 이같은 주제를 다룬 이유라는 점을 밝혀둔다.   -편집자주-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지방재정 위기론은 작년 7월 성남시의 판교신도시 특별회계에 대한 지불유예 선언으로 봇물 터지듯 폭발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중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높기로 손꼽히는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지방선거로 교체된 새로운 집행부가 전임 시장이 판교신도시 건설과 호화청사 비난을 받아온 신청사 건립비용 8400억원에 대해 ‘전임자가 진 빚' 임을 시민들에게 알려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덜고 외부에서 판단하듯 성남시의 재정상태가 그리 넉넉지 않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초유의 일로서 매스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으며 지방재정 위기론 확산에 촉매제 구실을 하게 된다.

감세정책이 지방재정에 부담 

지방재정 위기라 함은 성남시 같이 모라토리엄 상태에 빠지거나 그보다 더욱 심각한 파산상태에 이르는 걸 일컫는 것으로, 과도한 부채로 더 이상 행정주체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지방재정 위기론이 확산되는 원인은 우선 감세정책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교부금 등 지원금이 줄어들어 자체 수입원이 별로 없는 지방정부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년들어 직원들의 인건비 편성조차 못하는 지자체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줄어든 교부금이 직접적인 이유라는 게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자치단체들의 선심성, 전시성 사업도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단체장들의 임기는 짧게는 4년, 길어야 12년인데 지역구민들에게 표심을 얻고 임기내에 굵은 족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으로 재정여건과 사업타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일을 벌여놓아 ‘후임’들의 부담을 지우는 일이 허다하다.
자치단체들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데 이 역시 지방재정을 위기로 몰아넣는 요인으로 치부된다. 해마다 늘어나는 지방채 규모와 지방채를 발행할 때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이자부담이 지자체들의 재정상황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게 한다.
언뜻 재정위기와는 무관해 보이는 복지비 부담도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히는데 기초자치단체들의 경우 복지사업비가 세출예산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해 신규사업을 벌어야 할 때 ‘재정위기로의 모험’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게 된다.
감세정책으로 세입예산은 줄거나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복지사업비 부담은 해마다 늘어나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신규사업에 매혹을 느끼는 지자체들이 지방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을 때 지방재정 위기는 심각한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부채 낮아 재정위기 결론 일러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지방재정 위기론이 공론화되고 힘을 얻었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위기론’ 부정의 주요근거는 부채규모다. 시기적으로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아 작년의 통계를 내놓진 못하지만 지방채 발행이 급증한 2009년의 통계를 보더라도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2009년 지방자치단체 총 예산은 156조원이었고 부채 규모가 25조5000억원이었는데 예산대비 부채비율이 16%에 불과한 것을 위기라고 말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판단한다.
가까운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예산대비 부채비율이 200%가 넘고 우리 중앙정부도 100%가 휠씬 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8조원이 넘게 지방채를 발행했던 2009년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방채 발행을 독려한 결과로 생긴 특수한 예로서 재정위기의 ‘일반론’에 대입하기가 어렵다고 단언한다.
지방채 발행과 낭비성 예산의 표적인 호화청사 건립 역시 자치단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스템을 중앙정부가 개발한 것도 재정위기로 가는 길목에 높디 높은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요 근거다.

국세, 지방세로 대폭 이양해야

지방재정 위기론과 반론이 모두 타당성이 있지만 양자사이엔 분명히 공통분모가 있다. 위기에 빠져서는 안되고 재정위기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방재정위기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지방자치 실시이후 국가사무가 지방으로 대폭 이양됐지만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할 대 2할에 머물러 있어 자체 세원이 별로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위기 국면을 돌파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자체세원이 없다보니 재정자립도가 10%대에 불과한 자치단체가 즐비하고 직원들 인건비 조차 해결할 수 없는 지자체가 전체의 50%를 상회하는 상황은 지방재정 위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말할 정도다.
사무이양에 따른 재원이양이 없으면 지방자치에 대해 재정위기의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차제에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갖는다.
재정운용 건전성을 위한 자치단체들의 노력도 주문해야 할 사항이다. 꼭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집중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에 ‘실험적’ 투자를 해야 할 때는 충분한 기간을 갖고 투자대비 성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에 실행하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준수하는게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재정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상시적인 관리체제를 가다듬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자치단체간 중복투자를 피하게 하는 조정제도를 적절히 운용하고 예산사용의 흐름을 심도있게 관찰해 적재적소에 예산이 배분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가야 한다.
文明惠 기자 / myong5114@sijung.co.kr

기자가 본 지방재정위기 논란

성남선언이 가져다 준 ‘선물’

2010년 7월12일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에 지워질 수 없는 기념비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최초로 자치단체가 빚이 너무 많아 갚을 수 없다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날로서 성남시의 경우 충분한 변제능력이 있어 정치색 짙은 선언으로 밝혀졌지만 그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모든 언론이 지방재정위기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 공론의 장이 만들어졌고 중앙정부도 부랴부랴 지방재정이 위기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지방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쳤다.
지방재정 위기를 말할 때 흔히 2006년에 파산한 가까운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유바리시의 예를 든다.
19세기 후반부터 탄광도시로 성가를 올리던 유바리시는 석탄산업이 사양화로 접어들면서 인구가 10분의 1로 줄어들면서 시 지도부는 시 경제 부활의 기치를 내걸고 관광산업에 투자를 해 영화제까지 여는 등 한해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했지만 점차 수입원이 줄어들면서 적자가 누적되자 분식회계를 하는 등 파행으로 결국 수백억엔의 빚을 지고 파산한 경우다.
지방자치단체가 파산을 하게 되면 직원봉급이 대폭 삭감되고 복지를 포함한 행정서비스 질 저하와 공공서비스 요금 상승 등으로 이어져 결국 주민들이 정든 곳을 떠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지방재정 파산제도를 아직 도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지방재정이 모라토리엄 또는 파산지경에 까지 몰리게 되는 사정은 가정, 기업경제와 같은 이치다. 버는 돈은 없고 쓸곳은 많을 때 불가피하게 재정은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는데, 지역내 주력산업이 무너져 세입원이 확 줄었는데도 복지비 등 세출압박은 계속될 때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지방재정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많아진다.
또 예산을 자치단체장의 호주머니 돈 처럼 쓸수 있게 하는 관리감독 부실과 단체장의 도덕적 해이도 재정위기를 불러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은 우리의 특수한 배경이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지방채 발행이 국제 금융위기 국면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 경기부양에 나선 정부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급격히 늘었는데 2009년 한 해에만 8조원이 넘는 돈이 지방채로 만들어졌으니 자치단체의 빚이 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줄어 자치단체에 줄 예산이 부족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침체된 경제에 ‘약’을 써야 했던 정부의 선택이 ‘성남 모라토리엄’의 배경이 된 것이다.
게다가 지자체의 주요세원인 부동산 거래세가 건설경기 침체로 뚝 끊긴 것과 직전에 벌어졌던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승리가 합쳐지면서 지방재정위기론 확산을 막고 있던 둑이 터져버린 것이다.
성남시의 선언은 성남시의 의도와는 다르게 뜻밖에 순기능을 불러왔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지자체 재정문제를 들춰내고 문제해결을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재정파탄이 일어난 후에 뒷 수습을 하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앙정부가 재정위기 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서게 한 것도 ‘성남 선언’이 가져다 준 선물이며, 대한민국은 지금 지방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대장정의 출발선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