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익이 우선되어야 한다
  • 시정일보
  • 승인 2011.02.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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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방대학교 교수 정효현

삶은 BCD라는 말이 있다. B(Birth)에서 시작하여 수없이 많은 C(choice)를 경험하며 살다가 D(Death)로 마감한다는 것이다. 출생으로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이란 곧 의사결정이다. 의사결정을 잘하면 그만큼 기쁨을 얻는다. 역으로 좋지 못한 의사결정을 하면 손실과 아픔을 겪고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잃는다.

좋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불확실성은 그와 관련된 정보가 있느냐 없느냐, 있다면 어느 정도 양질의 것이냐에 따라 판이한 결과를 보이게 된다. 그러기에 양질의 정보를 다량으로 획득하기 위하여 개인이든 국가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롯데호텔 인도네시아 협상단 숙소에 괴한이 침입하여 노트북을 만지다가 발각되어 도주한 사건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누군가 숙소에 침투하여 협상과 관련된 정보를 획득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산 고등 훈련기인 T-50, 흑표 전차,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 등을 수입하려는 인도네시아의 가격 조건 등 내부 협상 전략을 알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T-50은 인도네시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앞서 러시아의 Yak-130과 막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국가정보원이 꼭 수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 같다"는 이도 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에 대한 우리 국정원의 무단침입 여부가 외교적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가운데, 정작 피해 당사자인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일간지인 자카르타글로브는 이번 사절단으로 참석한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부 장관이 "(이번 사건은) 오해"라고 말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라자사 장관은 "호텔 방에 들어 온 낯선 이는 기밀 사항이 없는 노트북을 가져갔다"며 "그 사람은 2061호에 묵었는데 우리 방인 1961호에 잘못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지워진 데이터가 없고 복사됐다는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라자사 장관의 방한에 동행했던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국방부 장관 역시 "아무런 군사 분야 데이터도 도난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 무단 침입 사건을 크게 문제 삼지 않으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1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한 3명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국정원의) 활동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맞다고도 할 수 없고,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는 NCND 입장을 보였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자가 국가정보원 직원이라는 보도에 대해 "그렇게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혀졌을 경우 처벌해도 실익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국익을 위해 한 것인데…"라고 말했다.

필자 또한 전적으로 조 경찰청장과 생각을 같이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미국의 CIA,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 각국의 정보기관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다. 단지 어느 정도로 무결하게 임무를 달성하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군인은 국가 안보를 위하여 무슨 임무이든 할 수 있다. 그래서 적에게 잡혔을 때에도 당당하게 포로로 예우 받는다. 국가의 첩보기관은 국가가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획득하기 위하여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것이 그 조직이 존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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