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 1주기를 맞이하여
천안함 46용사 1주기를 맞이하여
  • 시정일보
  • 승인 2011.03.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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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근 서울지방보훈청장

3월26일은 천안함 폭침 1주기가 되는 날이다. 46명의 젊은 용사들은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한치 앞이 안 보이는 거센 바다 속으로 들어는 한주호 준위는 순직했다.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은 단지 그들만의 것이 아니기에 아픔을 나누기 위해 온 국민이 함께 했다. 내 아들을 잃은 듯, 내 형제를 잃은 듯, 내 친구를 잃은 듯 우리를 지키다 먼저 떠나간 용사들을 우리가 되려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슬픔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단호히 대응하고자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천안함의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있다. 지구상 최후의 분단국으로 종전이 아닌 정전 상태에 놓여있는 우리의 현실을 극명하게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음에도 천안함 사건의 교훈과 용사들의 희생이 점차 우리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덧붙여 한 가지 또 염려스러운 점은 천안함 폭침사건 원인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일부 있었다는 사실이다. 민주 사회에서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전적으로 동의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의문의 제기를 통해 담론의 지평을 넓히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발전시키며 진실에 더욱 가까이 가는 것은 민주 사회의 특징으로 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실을 위협하는, 근거도 부족하고 합리성도 결여된 맹신에 가까운 주장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을 초래할 뿐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에게 진실을 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고,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은 큰 틀에서 보면 그런 모든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우리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전개해볼 수 있는 것도 다 국가라는 큰 틀 안에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분들이나, 현재 불철주야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에 대해서도 도리가 아닐 것이다.

혹독한 독립운동을 거쳐 되찾은 국권, 광복 후 어지러운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운 대한민국 정부, 6.25전쟁에서 호국의 일념과 살신성인 정신으로 지켜낸 나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자랑스러운 역사, 바로 그 대한민국 안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다.

국가보훈처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추모하고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국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광화문에 ‘호국의 불꽃’(가칭) 건립을 추진 중이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들의 호국정신과 통합의지를 다지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불꽃 앞에서 당연히 주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그저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수많은 희생과 피땀 어린 노력으로 지켜지고 있음을 다시한번 느끼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호국영령을 비롯해 우리나라 역사의 바다에서 ‘영원한 해군’으로 남게 된 ‘천안함 46용사’는 이제 우리 가까운 곳에서,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돼 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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