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일본이 가야할 길
대한민국과 일본이 가야할 길
  • 시정일보
  • 승인 2011.03.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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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 공학박사

 

[시정일보 / 특별기고]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리히터 9.0규모의 강진과 쓰나미는 일본열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때 발생한 지진과 지진해일이 할퀴고 간 상처가 너무나 넓고도 깊다. 일본 정부는 23일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가 초래한 직접적인 피해 규모를 최대 25조엔(한화 약 347조7천억여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피해액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6%에 해당되며 전 세계적으로 자연 재앙이 초래한 물적 피해 중 역대 최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수치도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사고와 관련된 피해, 송전 제한으로 발생한 손실과 투자심리 위축, 수출입 피해, 그리고 일본 전산업계에 초래한 기대수익의 상실분 등을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명피해만도 현재까지 1만여 명의 사망자와 1만7천여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고, 수많은 이재민이 돌아갈 곳이 없이 대피소에서 계속 되는 여진에다 추위와 굶주림, 방사능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도 정확한 인명피해와 피해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고 일어나면 시신들이 늘어나고 있는 참혹한 현장은 새삼 지진과 지진해일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한다.

이런 엄청나고 거대한 재앙 속에서 절제와 배려를 발휘하는 일본국민들의 선진시민의식은 전 세계인의 감동과 놀라움을 자아냈다. 대지진이 강타한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 마을, 이 마을 동사무소 위기관리과 직원으로 일했던 미키(未希·25)씨는 쓰나미로 검은 파도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던 순간까지도 마이크를 놓지 않고 “빨리 도망쳐 주세요. 빨리 도망쳐 주세요.” 라고 외치다 목숨을 잃었다. 이번 쓰나미로 이 마을 주민 1만7000명 중 절반이 넘는 1만 명이 실종됐다. 미키씨가 대피방송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주민이 실종됐을 터였다. 일본의 모든 공중파 방송과 신문들은 자국민 보호와 국익우선의 보도를 하였고, 간신히 쓰나미를 피한 센다이의 한 대형 마트는 전혀 약탈당하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고, 반나절 줄을 서야 한 가족에 식료품 열 개씩 만 살 수 있지만 짜증 섞인 표정은 찾아 볼 수 없었고, 1인당 식빵1개, 라면1개 밖에 살 수 없지만 새치기나 사재기 등의 혼란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에서, 결항이 다반사가 된 공항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없었고, 환자로 가득 찬 병원, 닷새 밤낮을 구호품 없이 버텼지만 의료진은 흐트러짐이 없고, 패닉에 가까운 상황에서 폭력이 없고,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줄을 잘 서고 있는 환자의 모습에서, 초유의 계획 정전 사태에도 전력 부족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자발적으로 절전에 나선 일본시민들의 모습에서, 주유하려고 1시간 기다려서 10리터밖에 못 넣어도 너털웃음을 보이는 모습에서, 피해지역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6년간 신세졌었다고 90도 구부리면서 인사하는 모습에서, ‘폐 끼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이른바 ‘메이와쿠’의 문화가 다른 사람에 대한 절제와 배려로 나타나는 일본인의 민족성을 잘 엿볼 수 있었다.

이웃한 나라의 참혹한 재해로, 한편으론 안타까워하고, 다른 한편으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불안해하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진정 지진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한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 이후 지진해일로 2회 피해를 입었다. 1983년 아키다 지진해일로 사망 1명, 실종 2명의 인명피해를 입었고, 1993년 오쿠시리 지진해일에서는 미리 대피하여 재산피해는 있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처럼 일본 서부해역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할 때, 우리나라 동해안도 지진해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1978년 이후 규모 5 이상의 지진은 총 5회가 발생하였고, 특히 과거 역사서에 피해가 서술된 지진도 다수 발생했다.

세계 6위 원전 강국인 대한민국은 2011년 3월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상업용 원자로가 21기 있다. 이 원자로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일본보다 안전하다. 첫째, 핵연료에 닿은 물이 수증기가 되어 직접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격납용기 바깥이 방사능에 오염되기 쉬운 비등형 원자로(Boiling Water Reactor ·BWR)를 쓰는 일본 원전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 21기는 모두 노심을 흐르는 물과 터빈을 돌리는 수증기의 순환 회로가 분리되어 있는 가압형(Pressurized Water Reactor·PWR) 발전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훨씬 안전하다. 두 번째는 '이제껏 한반도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추정되)는' 규모 6.5의 지진까지 견디는 국내 원전의 내진 설계이며, 세 번째는 대부분 해수면 10m 위에 설치된 우리 원전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비상 디젤발전기가 침수돼 사고가 날 위험이 없다는 점이다.하지만 이런 근거들이 국내 원전의 안전을 100%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고가 난 후, 비상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핵연료가 녹아 격납용기를 뚫고 외부로 유출될 위험은 똑같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번 일본의 대지진과 지진해일을 ‘가슴 아픈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진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정책과 대책을 정교하게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 지구상의 수많은 민족 가운데 한민족과 일본민족 간에는 역사적 악연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일본은 1592년 임진란을 촉발 했고 이후 7년여에 걸쳐 조선을 수탈했다. 318년이 지난 1910년 또 다시 일본은 대한제국 국권(國權)을 침탈 하고 36년간 국가를 강점했다. 크게 두 번에 걸쳐 한민족의 귀한 생명과 재산 그리고 명예와 자존을 무참히 짓밟았다. 일본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역사교과서 왜곡과 함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민족사적 악연이나 현실적 악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후쿠시마 지진 해일 피해 지역에 제일 먼저 구조대를 급파 했으며, 많은 단체들이 일본 돕기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얼마나 대견 하고 가상(嘉尙)을 더한 일인가? 또한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옹졸하고 치졸한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국민들의 침착성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의 천금 같은 인정과 아량이 성격은 달라도 결국 등가적(等價的)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회에 일본인들로 하여금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서 왜곡에 양심의 가책을 받게 하는 자극제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역사는 과거 없는 현실도 없고 현실 없는 미래도 없다. 따라서 두 나라는 과거의 나쁜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진심으로 노력하여 미래지향적인 한ㆍ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한다.

DK(디지털코리아)중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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