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현행대로’ 추진…후폭풍 예상
무상급식 ‘현행대로’ 추진…후폭풍 예상
  • 시정일보
  • 승인 2011.08.2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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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주민투표 무엇을 남겼나

아라뱃길 등 한강르네상스 동력 상실 ‘좌초’
약속대로 사임 ‘포스트 오세훈’ 여·야 경쟁

[시정일보]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막을 내렸다.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4시간 동안 실시된 무상급식 범위에 대한 서울시 주민투표가 끝났다. 직장인 퇴근시간인 오후 6시 현재 투표율이 22.1%였고 오후 8시까지 25.7%로 3.6% 상승에 그쳤다. 33.3%를 넘지 못함으로써 투표함은 뚜껑도 열어보지 못했고, 주민투표는 기각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패배하자 오후 8시30분 시청기자실에서 기자브리핑을 가졌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 서울시의 바람직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치게 돼 안타깝다. 투표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예상된 거취표명은 없었지만 금명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훈 시장이 9월30일 이전에 사퇴하면 서울시는 10월26일 치러지는 보궐선거 정국으로 빠져든다. 또 보궐선거 다음날 시장당선자가 결정될 때까지 권영규 행정1부시장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시행령> 제74조5항은 서울시장이 공석일 경우 행정1부시장이 권한대행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의 패배로 그동안 오 시장이 시의회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추진했던 한강뱃길을 위한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추진동력을 잃게 됐다.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은 24일 8시 성명을 내고 “주민투표에 실패한 오세훈 시장은 한강운하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自中之亂 ‘뻔했던’ 결과

서울시에서 처음 실시된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이미 예상돼 있었다. 다분히 ‘시혜적’인 복지정책을 다시 거둬들이는 데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노원구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나도 초등학생 둘을 키운다. 무상급식하면 당장 돈이 들지 않아 좋은데 급식비를 내야 한다고 하면 누가 찬성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성동구 5급 공무원 B씨는 “시행하기 전에 주민투표를 한다면 그래도 괜찮겠는데 이미 시행하는 것을 두고 다시 주민투표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투표 실시를 놓고 한나라당 내의 자중지란도 주민투표 실패를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됐다. 지난 12일 오세훈 시장이 “(투표결과와 상관없이)대선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21일에는 “투표율이 33.3%에 미치지 못해 투표가 무산되거나, 개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시장직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기에 그쳤다. 특히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주민투표는 중앙당이 주도한 게 아니라 지원했을 뿐이다”고 발을 뺐다. 나경원 최고의원과 전여옥 의원 등 일부만 주민투표 총력지원을 역설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적 앞에서 잇속을 챙기느라 분열됐고, 자중지란(自中之亂)했다.
반면 민주당과 좌파진영 시민단체는 주민투표 실시가 공식화 되자 투표거부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로 규정하고 “투표를 거부하면 시장이 달라진다”며 ‘착한 거부운동’을 펼쳤다. 지역당 소속 의원들도 투표가 실시되기 하루 전인 23일 투표거부 어깨띠를 메고 대(對)시민 캠페인을 벌였다.
야권통합, 여권분열이라는 공식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이후 갈수록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쓰나미’ 정치권 촉각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서울시는 다시 10월26일 치러지는 보궐선거 정국으로 들어가게 됐다.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최고의원, 임태희 대통령실장, 원희룡·박진·권영세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오고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마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이인영 최고의원, 박영선 의원, 김성순 서울시당위원장, 전병헌 의원(수해진상조사단장), 이계안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전국 유일의 ‘꽉 찬’ 4선 구청장인 고재득 성동구청장도 오세훈 시장 이후 서울시장직에 대한 희망을 주변에 피력한 적이 있고, 민주당 밖에서는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도 거명되고 있다.

한편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도 그 후유증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공안부에 따르면 23일 현재 주민투표 관련 고발사건은 모두 10건이라고 밝혔다. 고발된 사례는 오세훈 시장과 곽노현 교육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 등이다.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

 

최종 투표율 25.7% ‘개표무산’
서초 36.2%, 강남 35.4% 송파 30.6%…‘강남’ 높고 ‘전체’ 낮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서울시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한 주민투표’는 총선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각 정당 간 경쟁적으로 입장을 표명, 하루하루 이슈를 만들어내며 시민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주민투표가 진행된 24일 각종 포털사이트 1위 검색어가 ‘투표율’이었다는 것도 이런 관심을 증명해 준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진행된 주민투표 중 가장 낮은 성적을 보여 개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182억원의 예산만 낭비하고 마무리됐다.

결국 투표는 오세훈 시장에 대한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의 지지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로 끝난 셈. 예상된 상황이긴 하나 정책적 대결 보다는 정치적인 대립이 극명하게 들어나는 순간이다. 각 자치구별 투표율 차이도 이런 성향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이날 송파구 135곳, 노원구 119곳, 강서구 118곳, 강남구 116곳 등 서울시 전역 2206곳의 투표소가 개설됐다. ‘강남 대 비(非) 강남’의 차이는 투표소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남구 대치동, 서초구 서초동, 송파구 잠실동 등 강남지역에서는 노년층은 물론 부모와 함께 온 20대 자녀, 30~40대 주부들로 부적였다. 그러나 강북권ㆍ서남권ㆍ서북권 등의 투표소는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20시 현재 집계된 투표율은 25.7%로 중산층 이상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투표자가 많았다. 자치구별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서초구가 36.2%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평균 투표율보다 10.5%나 높은 수치다. 이어 강남구 35.4%, 송파구 30%로 집계돼 각각 2ㆍ3위를 차지했다.

반면 4만729명의 주민만 투표소를 찾은 금천구는 투표율 20.2%로 가장 낮은 성적을 거뒀으며, 관악구가 20.3%로 뒤를 이었다. 강북구와 은평구도 각각 21.7%, 22.6%로 투표율이 저조했다.
林志元 기자 /jw8101@sijung.co.kr


‘무상급식’ 논쟁에서 주민투표까지

오세훈 시장 ‘신임투표’ 양상…‘대선 불출마’ 정치행보 주목

8월24일, 지난 9개월을 끌어온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투표결과를 개봉 할 수 있는 33.3%를 넘지 못하고 25.7%를 기록한 이번 결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대권 불출마를 선언, 모두를 놀라게 했다. 또 21일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까지 내놓겠다는 초강수 카드를 내밀며 무상급식 주민투표 동참을 호소했다. 민선 이후 처음으로 재선 서울시장으로 기록되며 성공가도를 걸어온 오세훈 시장. 그가 시장직까지 내걸며 강행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와 발의 과정을 되돌아봤다.

시의회 조례의결, 시장 의회 불참

무상급식 논쟁은 지난해 11월18일 시의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 12월1일 조례안이 의결되면서 시작됐다.  오세훈 시장은 이에 12월2일 시정협의 중단을 선언하고 시의회 출석을 거부했으며 12월20일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서울시 이름으로 재의를 요구했다.

또 초강수로 맞서는 오세훈 시장에게 시의회는 임시회 마지막 날인 12월30일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재의결하고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을 자체 편성, 2011년 예산안을 처리해 버렸다. 해가 바뀌며 양측의 논쟁은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 1월5일 서울시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 공포를 거부하자 6일 시의회는 무상급식 조례안을 의장 직권으로 공포해버렸다. 이에 1월10일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시의회에 제의하면서 드디어 주민투표가 처음으로 거론됐다.

이후 2월8일 시민단체로 구성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 서명을 위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받고 본격적인 서명 작업에 돌입했다. 6월16일 운동본부는 4개월간 진행된 서명작업을 통해 80만1263명의 서명을 받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단계적 무상급식 ‘역제의’

특히 지난 3월2일부터 초등학교 1~4학년의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되며 더욱 뜨겁게 논쟁은 달아올랐는데 서울시는 6월20일 무상급식 지원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정, 소득하위 50%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2014년까지 단계적 무상급식 추진 계획안을 발표했다. 수정된 안은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서울시의 최종안으로 24일 주민투표안 중 하나로 채택됐다.

6월27일~7월10일까지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권자 서부 검증작업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7월7일 민주당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명에 대해 조작과 대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7월12일 무상급식 투표 서명 중 67%인 54만8342명의 서명이 유효함을 발표했다.

민주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인 ‘오세훈심판 무상급식실현 서울한강운하반대 시민행동준비위’는 서명과정에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대리서명 등 불법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에 나섰다. 이후 7월19일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21일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 소송 등이 제기됐다. 8월1일~19일 투표안내문 및 주민투표공보가 발송됐고 8월1일~23일까지 주민투표 토론회와 설명회가 이어졌다. 8월3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투표 문안과 순서를 결정했다.

무상급식 ‘정치 쇼’에 ‘씁쓸한’ 시민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오 시장은 “차기 대권을 위해 주민투표를 이용한다는 야당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 이번 주민투표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며 8월21일 “투표율이 개표에 필요한 33.3%에 미달되거나 개표 결과 전면적 무상급식이 받아들여지면 이모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끝났다. 또 서울시민들의 선택의 결과도 나왔다. 지난 9개월간 무상급식 지원을 놓고 고발로 이어진 갈등과 논쟁을 지켜봤던 시민들은 무상급식에 대한 어떤 결과가 나와도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심정일 것이다. 그건 피곤하게 바라봤던 우리 민주주의 수준을 다시 한 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白仁淑 기자 /beakihnsuk@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