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메말라 가고 있는 ‘정’
‘돈’에 메말라 가고 있는 ‘정’
  • 시정일보
  • 승인 2004.11.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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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박 련 희씨<연길시 인민방송국기자>



대한민국의 원대한 포부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만방에 펼쳐져 있다.
특히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동포들의 생활을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본지는 이번호부터 해외거주 한민족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있다가도 없는 것이 돈이고 알다가도 모를 것이 돈이다. 요즘 돈이 화제다.
돈으로 땅 사고, 학력을 사고, 권력을 사고, 녀자를 사고.......... 이런 금전만능의 세상속에서도 제발 혈육의 정, 친척의 정만은 깨끗하게 남아있었으면. 헌데 이런 뭇 사람들의 소박한 념원이 소박 당하고 돈 때문에 혈육간의 정에 금이 가는 현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돈 때문에 혈육간에 벌어지고 있는 희비극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들 삶의 자세를 다시다시 검토해 보게 된다.

형 부부가 한국서 번 돈 동생이 ‘선심’


안도현 명월진에 살고 있던 박씨 부부는 한국으로 돈벌이를 떠났다. 남편은 건설장에서 고역을 치뤘고 안해는 식당에서 손발이 마를 새없이 일했다. 이들 부부는 열심히 일하여 반년만에 한국출국 수속비로 꾼 빚을 다 갚았다. 빚을 다 갚고나니 달마다 1만 5000원이나 버는 돈을 누구에게 보내야 하는가가 문제였다. 안해는 친정어머니에게 보내자고 했고 남편은 자기 남동생한테 보내자고 했다. 일주일동안 부부가 목청을 높이며 쟁론하다가 결국 남편의 고집을 좇기로 했다.
이렇게 3년 세월이 흘러 지난 1998년에 이들 부부는 흐뭇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들 부부는 선물보따리를 풀어 부모형제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아이를 맡아 키워준 친정어머니께는 금반지와 한복, 무스탕을 드렸고 시동생한테는 전자레인지를 선물했다. 모두들 선물을 받고 기뻐 야단인데 시동생만이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안해가 남편에게 눈짓하자 남편이 동생에게 물었다.
“얘, 넌 왜 그러니? 선물이 적다고 섭섭해서 그러니?”
“아니, 아니요. 형님, 난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소. 그리구 형님을 볼 면목도 없구.”
동생은 형님앞에 무릎을 꿇더니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형님의 돈을 동생이 보관하고 있다는걸 알자 친척들이 줄지어 찾아왔다. 누나가 로씨야장사를 하겠다며 돈을 꿔달라고 사정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누나손에서 자란 동생은 별수 없이 누나에게 10만원을 꿔주었는데 장사를 해본적 없는 누나는 결국 몽땅 밑지고 말았다. 10만원돈을 받을 길 없자 당황해 난 동생은 또 누나에게 10만원을 꿔주면서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나 돈을 벌라고 만당부를 했다.
로씨야로 떠난 누나는 반년동안은 돈을 가끔씩 부쳐오더니 그후로 더는 돈을 부쳐오지 않았다. 하루밤새에 강도들에게 돈을 몽땅 털렸다고 했다. 그래서 누나는 일년이 넘도록 집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친구가 로무송출을 나가는데 돈을 꾸어달라고 문턱이 닳도록 찾아오자 동생은 또 친구한테 5만원을 꿔주었다. 그런데 한국에 간 친구가 얼아 안되여 회사를 떠났다가 불법체류로 잡혀올 줄이야. 5만원을 받을 가망은 아예 없었다.
처남이 집을 사겠다면서 9만원을 꿔달라고 하자 동생은 안해의 닥달을 견디지 못해 또 꿔주었다. 그런데 처남은 그 돈을 도박에 다 밀어넣었다. 이렇게 형님내외가 아글타글 피눈물 나게 번 돈은 동생의 ‘선심’에 의해 탕진되였다.
3년동안 뼈가 물러나도록 벌어온 밑천은 낡은 벽돌집 한채와 색텔레비죤 하나만 남았다. 말수가 적고 마음씨 고운 안해는 남편을 원망하자니 붙는 불에 키질하는 것 같고 혼자 속을 썩이자니 걷잡을수 없어 나중에 농약을 마셨다. 다행히 옆집 아줌마가 발견했기에 황천길에서 돌아올 수가 있었다. 남편은 인사불성이 된 안해를 끌어안고 황소울음을 터뜨렸다.
“여보, 내가 잘못했소. 다 내 탓이요. 응당 죽어야 할건 나란 말이요.”
원래 성격이 불같은 남편은 그날 저녁으로 도끼를 들고 동생네 집에 뛰여 들었다. 동생이 친구집에서 술을 마시고 그 자리에 꼬꾸라지다나니 집에 없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번 했다.
시형이 매일같이 도끼를 들고 찾아오자 제수는 보따리를 싸들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기겁한 동생은 행방불명이 되고.......
돈이 없어 가난할 때는 삼형제가 아주 의좋게 살았는데 개도 안먹는 돈이 생기자 형제들이 반목하게 된것이다. 두달후 남편은 5푼리자를 꿔서 다시 한국으로 떠났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