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의 첫 출근
박원순 시장의 첫 출근
  • 문명혜
  • 승인 2011.11.0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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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박빙의 예상을 일축하고 ‘완승’을 이뤄낸 박원순 시장이 취임 첫날부터 이전 시장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행보로 눈길을 모았다.

당선이 확정된 날 새벽 그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들렀다.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시정의 힌트를 얻겠다는 목적으로 찾은 것인데, “책상머리 연구보다는 현장의 목소리에서 답을 찾겠다”는 평소의 지론을 실천하려는 듯 일생일대의 격전을 치룬 다음날 모든 일정에 앞서 ‘현장’을 먼저 찾았다.

박 시장은 관용차인 고급세단이 아닌 지하철을 타고 시청으로 향했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 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시장으로서 첫 공식업무로 시정현안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서민복지, 무상급식, 월동대책을 챙긴후, 자신을 시장으로 이끌었던 초등학교 5, 6학년 무상급식 예산 지원안을 결재함으로써 10개월여를 끌어온 무상급식 논란을 공식적으로 잠재웠다.

점심은 시의원들과 함께했고, 야권단일화 과정을 거친 후보출신으로 점심시간 전후로 인사차 민주당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 5당을 예방해 그동안의 도움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비정치인 출신의 박원순 시장은 취임 첫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뉴스메이커로 여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음에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았다.

4급이상 간부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선 직원들의 어색함과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저, 뿔달린 사람 아니죠?”라는 질문으로 웃음을 자아냈고, 기자실에 들러서는 “협찬인생이라고 말이 많은데 앞으로 언론에서도 협찬 많이 해 주세요.”라며 넉살좋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 시장의 첫날 일정은 영등포 쪽방촌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소외계층의 월동대책을 현장에서 찾기로 한 것인데 취임 첫날 금싸라기 같은 시간을 쪼개 서울의 후미진 곳을 방문한 것은 향후 시정행보의 지향점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박 시장의 출근 첫날은 기존 정치인과 달리 서민들과 거리감이 없는 이미지가 표를 모으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15개의 일정을 소화해 낸 고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