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증후군
베르테르 증후군
  • 방용식
  • 승인 2011.11.1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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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씨가 15일 1500억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안 씨의 이런 행동에 정치권에서는 나름대로, 각자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안철수의 본격적 정치 행보’라고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은 일단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편치 않은 듯하다. 안 씨의 기부의사가 발표되면서 일반 시민들도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한다.

한 사람의 기부가 ‘사회적으로’ 이처럼 강하게 파장을 일으킨 적은 별로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8000억 원의 기부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5000억 원의 기부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300억 원의 기부도 안철수 씨만큼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기부하고자 하는 과정과 의도가 워낙 달랐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이 수억 달러를 기부했을 때 우리는 “우리나라는 왜 부자들의 기부가 적을까”라며 부자들의 이기심을 꼬집기도 했다.

기부가 어려운 까닭은 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과 집착 때문이다. 옛말에 돈과 권력은 나눌 수 없다고 한다. 근세 이탈리아의 탁월한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과 집착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군주는 가신(家臣)의 소유물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유물을 뺏긴 가신(또는 인민)은 군주에 대한 증오심이 생기고 결국 군주를 미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 소유물을 빼앗겼을 때보다 부친이 죽은 쪽을 더 빨리 잊어버리는 법이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통상 기부는 부자들보다는 가진 것 별로 없는, 세상에서 빛도 이름도 없는 사람들이 많이 한다. 지난 6월 국민추천으로 국민훈장을 받은 황금자·강경환·길분예 씨 등은 모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황금자 씨는 일본군위안부 출신이고, 강경환 씨는 양손을 잃은 장애자이고, 길분예 씨는 보따리장사를 하며 모은 돈을 기부했다.

1774년 독일의 문호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출간한 후 19세기 유럽에서는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처럼 자살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일명 베르테르 효과(Wether Effect)라고 불린다. 안철수 씨가 말한 대로 ‘마중물’이 되어, 그리고 유명인 모방심리인 베르테르 효과가 긍정적으로 발현돼 기부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의도가 어떠하든, 과정이 어떠하든 기부는 남을 위해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