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행운의 동전
청계천 행운의 동전
  • 방용식
  • 승인 2012.01.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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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1953년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이 출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은 로마의 멋을 세계인에게 알린 최고의 홍보도우미였다.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은 트레비분수에서 동전을 던지고, 스페인광장을 오르내리며 젤라토(이탈리아 말로 아이스크림)를 먹으며 그의 상큼한 매력을 한껏 자랑했다. 영화가 상영된 이후 로마는 매년 2000만 이상이 찾는 관광도시가 됐다.

특히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모습은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모습이 됐다. ‘동전을 한 개 던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올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스토리도 간직하면서. 로마를 찾는 사람들은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며, 아니 로마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에서거나 사랑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전을 분수 안으로 던진다. 트레비분수에는 세계 곳곳에서 오는 사람들이 던진 동전이 바닥에 지천으로 깔려있다.

그렇지만 트레비분수는 2700년간 지속된 로마의 역사와 같이 한 ‘유서 깊은’ 유적은 아니다. 베르니니가 초안을 마련, 살비가 설계했다고 하는 트레비분수는 1732년 건립에 들어가 1762년 완성됐다. 기껏 300년도 되지 않았고, 트레비분수가 완공된 시기는 이탈리아가 여러 개의 공국·교황령 등으로 나뉘었던 ‘어두운 때’였다. 이렇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만든 로마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부럽기만 하다.

청계천 청계광장 폭포 아래 팔석담(八石潭) 속에 쌓인 ‘행운의 동전’이 63빌딩 10배 높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2005년 10월 청계천이 복원된 이래 지난해 12월까지 수거한 동전이 107만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금액은 2005년 358만원에서 2006년 1475만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2008년 400만원, 2009년 343만원으로 줄다가 지난해는 3204만원으로 2010년 951만원보다 3.4배 증가했다. 이렇게 된 데는 동전이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리고, LED조명을 밝히는 등 마케팅에 힘썼기 때문이라고 청계천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설명했다. 하지만 팍팍한 삶속에서 ‘소망석’을 향해 동전을 던지며, 끊어질 것 같은 행운의 끈을 애써 잡고 싶었던 마음은 아니었을까 생각도 든다.

어쨌든 청계천 ‘행운의 동전’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웃음을 되찾아주고, 자신에게는 소망을 이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서 ‘행운의 동전’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