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는 쌈짓돈? 사실로
업무추진비는 쌈짓돈? 사실로
  • 방용식
  • 승인 2012.02.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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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로 음주가무…멋대로 근평 前 도봉구청장 등 고발

감사원 지자체 감사결과

[시정일보 방용식 기자] 법인카드로 노래방에서 술을 마신 뒤 폐업식당에서 식사한 것처럼 꾸민 서울시청 공무원, 측근을 승진시키려고 근무평정을 임의로 한 서울의 전직 구청장 등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자체장의 직권남용과 공무원의 회계비리‧근무태만 등해 대해 지난해 7월4일부터 8월5일까지 한 달간 실시한 감사결과를 7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비리혐의가 드러난 당시 구청장 A씨와 담당과장 등을 직권남용 및 횡령 등 사유로 검찰에 고발하고, 비위공무원 8명을 징계 요구하는 등 29개 기관에 처분을 요구하거나 통보했다.

•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百態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청 모 과장‧팀장 등 10명은 지난 2009년 6월 일자리 창출에 노고가 많은 직원을 격려한다며 종로구 소재 식당에서 저녁식사 후 인근 유흥주점에서 ‘도우미’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셨다. 비용 109만원은 간담회 비용으로 처리하기 쉽게 50만원 이하로 나눠서 3개과의 시책업무추진비카드로 결제했고, 폐업한 강남구 소재 양식당에서 식사한 것처럼 영수증을 발급받은 후 지출결의서를 꾸몄다.

충북 음성군 모 보건진료소 보건진료원 B씨는 자신의 며느리에게 진료소 법인카드를 건네줬고, B씨의 며느리는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서울 광진구 소재 마트 등에서 502차례에 걸쳐 3687만원을 썼다. B씨 역시 2008년 8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운영협의회 기금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등 48회에 걸쳐 836만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또 최근 3년간 지자체 7곳에서 1억2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기관업무추진비 등으로 구매, 명절 등에 간부‧지방의원에게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은평구는 구청장 업무추진비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960만원의 상품권을 구입해 부구청장과 간부공무원‧시의원 등 72명에게 지급했다. 동작구의회와 서울 중구의회, 부산진구의회, 강원도의회, 전남 영광군의회‧화순군의회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의장업무추진비로 각각 2147만원, 1280만원, 2258만원, 985만원, 1320만원, 1200만원의 상품권을 명절에 맞춰 지급했다.

• 측근임용 인사비리도 드러나

서울 도봉구 전직 구청장 A씨는 자신의 측근 C(퇴직)를 4급으로 승진시키기 위해 2008년 C씨를 근무성적평정위원회 개최 전 C씨를 전체 1위로 지정하는 등 2007년 하반기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5차례 동안 근무성적평정위원회 권한을 침해하며 혜택을 줄 직원 5~7명의 순위를 임의로 지정했다. 또 2008년 6월에는 뇌물공여죄를 범한 D씨에 대해 감사담당관의 징계의결 요구 보고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11월 D씨를 훈계처리, 2009년 7월 4급으로 승진 임용했다.

경기 화성시 인사담당 직원 E씨는 과장 F씨의 승진을 도우려고 승진가능인원을 2명이 아닌 3명으로 산정하도록 실무자에게 지시, F씨가 1년 이상 빨리 승진하도록 했다. F씨는 당시 시장이 서열 후순위자인 G씨를 승진예정자로 내정했다는 직원보고를 받고 인사위원회 간사자격으로 출석, G씨를 승진 의결하도록 개입했다.

• 감사원 “업무추진비 환원” 통보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 업무추진비로 상품권을 구매해 지급한 7개 지자체장에게 부당하게 집행한 업무추진비 등을 회수‧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그리고 특정인을 위해 근무평정을 임의로 한 전직 도봉구청장과 당시 해당과장은 검찰에 고발했고, 경기 화성시 공무원은 징계(정직)의결을 요구했다.

한편 업무추진비 부당사용이 지적된 서울 자치구 담당자들은 회수‧환원에 어려움을 표시했다.

이들 자치구는 당사자들에게 환수를 알리는 공문을 보내겠지만 퇴직 또는 전출 공무원이 있는데다 낙선의원의 경우 뚜렷한 징수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자치구 관계자는 “차라리 감사원에서 변상명령을 내리도록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강제징수를 할 수 없다”면서 “지속적으로 환수공문을 보낸 뒤 진행상황을 봐서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