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맨더링
게리맨더링
  • 방용식
  • 승인 2012.03.01 13:38
  • 댓글 0

[시정일보]1812년 미국 Massachusetts 주지사인 E. Gerry는 새로운 상원선거구법을 입안했다. Gerry는 자신이 소속된 민주공화당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도록 몇 개의 선거구에 지지표를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선거구를 새로 구획했다. 이때 나뉜 선거구 중 하나가 샐러맨더(Salamander, 도롱뇽)를 닮은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요상한 모습의 선거구를 Gerry와 Salamander를 합성한 ‘Gerrymandering’이라고 불렀고, 이후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구획하는 일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E. Gerry는 탐욕스럽다거나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이 결코 아닌 듯하다. 그는 미국의 독립선언문 서명자 중 1명이었고,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냈으며, 만년에는 미국 부통령(1813~1814)을 지내기도 했다. 모두 알다시피 미국 독립선언문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담은 ‘선진적인’ 인간을 위한 권리장전이었다. 물론 독립선언문 서명자가 대부분 지주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도덕적·이성적·정치적으로 흠결 있는 사람을 서명자로 선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회가 27일 국회의원 의석을 현재보다 1석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새 선거법은 경기 파주시, 강원 원주시를 분구하고 세종특별자치시를 신설해 3석을 늘리는 대신 경남 남해군·하동군, 호남 담양군·곡성군·구례군을 통합했다. 결국 국회의원 숫자는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어났다. 선거구를 늘리거나 줄이는 데 대해서는 시비가 쓸데없을지 모른다. 어차피 선거구는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이 원칙과 상식을 잃고, 누더기가 됐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 예가 수원시 권선구청이 있는 서둔동을 팔달구 선거구로 편입시키고, 인구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수지구 상현2동을 기흥선거구로 조정하고, 기흥구 동백동·마북동은 처인구로 조정한 일에서 잘 나타난다. 수원시장은 선거구 조정을 ‘꼼수’로 규정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맹자 ‘양혜왕’ 편에 보면 양혜왕이 “선생이 먼 곳을 마다않고 오셨으니 우리나라에 무슨 이익을 주겠습니까?” 묻자 맹자는 “왕께서는 어찌 이익을 말씀하느냐. 인의가 있을 뿐이다”고 답했다.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하라(見利思義)는 옛말이 있다. 국회의원도 이익에 본성을 두는 ‘보통사람’임이 선거구 조정에서 분명해졌다. 잘난 척, 선한 척, 국민을 위하는 척, 하지는 말아야 할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