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부는 독서바람
서울시에 부는 독서바람
  • 문명혜
  • 승인 2012.03.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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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독서광 박원순 서울시장이 드디어 서울시에 독서열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우선 간부들에게 인류 지혜의 보고인 책을 함께 읽고 올바른 시정방향을 함께 성찰해 보자며 ‘서로함께’라는 독서모임을 조직하고 지난 7일 첫 번째 정식모임을 가진 것이다.

‘도시개발’을 주제로 열린 이날 모임은 시장과 세명의 부시장을 포함해 시 간부 열세명이 참석해 100분 가까운 토론을 벌였는데 토론을 위해 미리 읽고 온 세권의 도시개발 관련 서적에 대한 감상과 시정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독서모임 멤버들은 명실상부한 시정의 결정권자들로서 이들이 쏟아내는 육성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특히 문승국 행정2부시장의 소회가 눈길을 끌었는데, 도시개발이 이뤄지는 동안 조합과 건설사, 심지어 주민들조차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점과 건축주나 건물토지주, 서울시장, 공무원 모두가 권력구조에 종속돼 도시개발의 중요한 지향이 돼야 할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철학, 도덕성이 부족했음을 지적하고 공무원들도 스스로 준비가 덜 된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치열한 자기반성을 덧붙였다.

서울시 최고위직 보다는 시민운동가의 고언처럼 들리는 부시장의 발언은 ‘서로함께’를 캐리커쳐 하는 특징이며 박원순 체제의 시정 정체성을 정의하는 중요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 행정포털에 생중계된 독서모임을 지켜 본 공무원들의 반향은 뜨거웠다. “앞으로 독서를 게을리 하면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는 반응이 있었고, 조만간 독서모임에 참석할 한 간부는 “벌써부터 긴장된다. 시장과 다른 간부들 앞에서 버벅대다가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몰래라도 독서학원을 다녀야겠다”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며 보고서 요약본이나 읊조리는 회의가 아닌 시정의 이상과 철학을 논할 수 있는 ‘격조’를 갖추기 위해 내공을 쌓아야 겠다는 것이 독서모임을 지켜 본 공무원들의 감상이었다.

‘서로함께’의 함의는 행정편의주의와 밀어붙이기 행정과의 결별이며 그 빈자리를 철학과 이상, 공동체 등이 대체하고 있으며, 매달 한번 열리는 독서모임의 다음주제는 ‘협동조합’이다.

독서와 사색이 시정 진화의 주요도구가 된 것은 수만권 북 갤러리를 갖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구상이며, 박 시장의 구상이 시정발전을 얼마나 끌어낼지는 지켜 볼 일이지만 시정의 품격을 높이는데는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예상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