良禽擇木(양금택목)
良禽擇木(양금택목)
  • 방용식
  • 승인 2012.04.05 15:11
  • 댓글 0



[시정일보]주나라 무왕 ‘희발(姬發)’이 은(殷)나라의 폭군 주(紂)를 정벌하기 위해 나섰다. 주(紂)는 애첩 달기( 己)를 총애, 몸을 지지며 그을리는 포락( 烙)형을 자행했고 주지육림(酒池肉林)을 만들어 음란한 생활을 했다. 당시 제후들이 모두 일어나 주(紂)를 방벌(放伐:쫓아 죽임)하기로 했고, 무왕이 주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고죽국의 왕자였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무왕의 정벌을 만류했다. 무왕의 아버지인 ‘희창(姬昌:제후였으나 아들이 무왕으로 즉위하면서 문왕으로 추증)’의 장례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고대 중국에서는 제후가 죽으면 5개월 후에야 장사 지냈다고 한다. 무왕이 말을 듣지 않고 주(紂)를 정벌하자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먹었고, 결국에는 고사리도 먹지 않은 채 굶어 죽었다고 한다.

한때는 그런 백이와 숙제를 옛 군주에 대한 충절을 지킨 귀감(龜鑑)이라며 떠받들기도 했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의 이러한 행동은 의(義)대신 이(利)를 앞세우는 현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잘못을 바로잡는데 때를 따로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상식에서 어긋난다. 장례기간 중이라도 폭정(暴政)을 일삼던 임금 아닌 ‘한 사나이’를 방벌하기 위해 나선 것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요즘에서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백이와 숙제는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무왕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노나라의 좌구명(左丘明)이 공자(孔子)의 춘추(春秋)를 다시 해석해 펴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도 선택과 관련, 유사한 사례가 나온다. 공자는 위나라의 현실에 대한 해법을 묻는 공문자(孔文子)에게 ‘양금택목(良禽擇木), 목기능택조(木豈能擇鳥)’라고 했다. 즉 새가 나무를 가려 앉는 것인데, 어찌 나무가 새를 택할 수 있느냐는 뜻이다.

엿새 후면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구호에 그치는, 겉만 번지르르한, 그리고 분열을 조장하는 ‘얼치기’ 대신 선량(善良)이 뽑혔으면 좋겠다. 이제는 국민도 좋은 나무를 가려 앉는 새가 될 수도 있다. 또 좋은 새를 가려 앉히는 나무가 될 수도 있다. 국회의원 선거일(4월11일)을 앞두고 ‘양금택목(良禽擇木)’의 고사가 주는 지혜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