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철의 ‘상식’
행락철의 ‘상식’
  • 백인숙
  • 승인 2012.04.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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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백인숙 기자]아침저녁으로 쌀쌀하지만 그래도 봄은 찾아왔다. 매화와 산수유 등이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며 화사한 봄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이름난 명산들이 많다. 또 봄을 알리는 전령사 야생화 군락지와 꽃들이 흐드러진 아름다운 명소들이 많다. 그중 서해안에 위치한 섬 ‘풍도’가 눈길을 끈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풍도’는 안산시에 위치한 조그만 섬으로, 이곳엔 풍도바람꽃과 풍토대극이라는 특산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 희귀한 특산식물로 풍도는 ‘야생화의 천국’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고 이로 인해 사진동호회에서 출사를 가는 곳으로 유명지가 됐다.

그런데 사람이 많이 가는 곳은 언제나 ‘탈’이 나게 마련이다. 이곳 또한 사람들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다양한 야생화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던 곳이 지난 몇 년 사이 꽃을 뿌리째 캐 가는 사람들로 인해 야생화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출사팀들이 여기 저기 마구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오솔길이 생기는 등 야생화 천국이 지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안산시청에서 야생화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치는 등 안전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 전에 사람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을, 이젠 먼발치에서 바라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게 어디 풍도만의 일이겠는가. 주말마다 고속도로를 빼꼭히 채운 관광버스와 행락 승용차는 지방의 꽃 축제와 산을 찾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한꺼번에 몰린 인파가 다녀가는 곳은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또 이들이 다행히 자연을 보호하며 꽃과 나무를 감상하면 되겠지만 사진 찍는 욕심에 사람들이 버젓이 꽃밭 안으로 들어가는 몰지각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고, 특히 꽃과 나무가 눌리든 말든 편한 자세로 삼삼오오 주저앉아 사진 찍는 광경은, 몰염치를 넘어 자연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오늘은 제67회 식목일(植木日)이다. 식목일은 나무·꽃을 아끼고 잘 가꾸도록 권장하기 위해 국가에서 제정한 날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서울 25개 자치구는 물론 전국 기초자치단체가 나서 나무심기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심는 나무와 꽃만큼 매년 명산, 명소의 자연들이 훼손되고 있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자연을 보호하고 상처주지 않는 상식 있는 대한민국이 돼보자.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는 곳에 상식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