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대한민국은 노인이 절대 빈곤한 나라다
시정칼럼/대한민국은 노인이 절대 빈곤한 나라다
  • 시정일보
  • 승인 2012.07.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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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나이가 들고, 건강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노인들이 돈벌이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면 그 사회는 건강치 않다. 우리나라가 그렇다.

일이 없으면 살기 힘든 서글픈 노년, 우리나라 사람은 70세가 넘어도 쉴 수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실질 은퇴연령’은 남성의 경우 70세를 넘겼다. 노후에도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우아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70세가 넘어야 밥벌이에서 풀러 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실질적인 은퇴가 늦다. 유럽에서는 60대 중반이면 대부분 은퇴한다. 그러나 한 평생 몸담았던 직장에서 이른 나이에 쫓겨난 뒤 어떻게든 또 다시 10~20년을 넘게 돈을 벌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70~80대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하다.

최근 들어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 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놈)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직장인들이 조기퇴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은 뒤 10여년 넘게 이어온 현상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 세대가 은퇴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생 가장 오래 일했던 직장’을 떠나는 평균 연령은 53세(남성)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은퇴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OECD는 왜 한국인의 실질 은퇴연령을 70세라고 했을까. OECD가 말하는 은퇴연령이란 직장이나 개인사업자가 한 평생 일했던 번듯한 직장에서 퇴직(은퇴)하는 시점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돈을 벌고 일하면 그 사람은 은퇴(퇴직)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폐지를 주어 하루 2000원을 버는 노인도 아직 은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실제 은퇴는 이런 일마저 그만 둘 때라고 봐야 한다.

그럼 한 평생 일한 직장을 나와도 사람들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연은 뭘까.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어 계속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해결 못하는 노년층이 많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스스로 ‘오죽했으면 늙기도 서러운데 일터에 나가 노동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가족을 부양하거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 이유는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79.4%) 열에 여덟은 일을 해야 한다. 젊음을 바쳐 일했고 쉴 나이인데도 먹고 살려고 일터로 나간다. 빈곤한 삶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이 10만명 당 약 81.9명이 자살해 일본의 17.9명, 미국의 14.2명에 비해 훨씬 높으며, 특히 독거노인의 자살율이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 아홉째(2011)로 교역 규모 1조 달라가 넘었다. 산업현장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6080세대 덕분에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 됐다. 하지만 이런 나라를 일군 자랑스러운 노인들이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산업화를 이끈 6080, 그들의 대한민국은 노인이 절대 빈곤한 나라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중 45% 가량이 빈곤상태에 처해 있다. OECD 평균 13%의 무려 3배를 넘는 수치다. 노인 100명 중 4명이 중위소득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노인가구의 상대적 빈곤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어렵게 살고 있는 이유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혜자가 형편없이 적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31.8%(180만)만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등을 받는다. 월 평균 연금액도 28만원 정도이며, 이마져도 못받는 노인이 무려 370만명이나 된다.

앞으로 노인의 빈곤문제는 인구 고령화에 발맞춰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에는 인구의 14% 이상이 노인인 고령사회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역사가 짧아 현재 50~60대도 노후준비가 너무 허술하다. 하루 빨리 연금 없이 노후를 맞는 사각지대를 줄이고 퇴직, 개인연금을 확대해 노년을 다양한 방법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노인에게 적절한 대가가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나아가 젊은 세대가 미리미리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사회안전망을 재정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