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칼럼/노인자살문제, 자원봉사자를 활용하여 해결해보자
단체장 칼럼/노인자살문제, 자원봉사자를 활용하여 해결해보자
  • 시정일보
  • 승인 2012.08.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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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아픈 다리를 주물러 주거나,
저소득 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준다든지
후원자를 이어 준다면,
소외된 이들의
마음의 빗장은  풀릴 것이다”

“아픈 다리를 주물러 주거나, 저소득 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준다든지 후원자를 이어 준다면, 소외된 이들의 마음의 빗장은  풀릴 것이다”

 


[시정일보]얼마 전 ‘이 길밖에 없다.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인의 사연을 들었다. 또 어느 지체장애 노인은 딸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자 집에 불을 질러 세상을 떠났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우리나라 노인 자살 인구는 5051명이었다. 지난 10년간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75세 이상 자살 사망자 수는 OECD 국가 평균의 8배가 넘는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노인 자살 문제를 방치하기엔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노인 자살의 원인은 크게 지병,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과 가정불화라고 한다. 특별한 노후대책 없이 노년기에 접어들어 생기는 경제적 궁핍, 전통적인 가족관계 해체와 핵가족화로 인한 외로움, 고령화에 따른 노인성 질환 증가 등이 노인 자살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노인자살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로 한정하기 보다는 사회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 또한 급증하는 노인 자살을 막으려면 종합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노인 문제 해결은 그리 간단치 않다. 사람마다 고민거리도 다양해서 일대일 맞춤형 상담이 필요하다. 노인자살은 단일요소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복합적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므로 공감, 경청과 같은 상담의 기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이웃으로부터 소외된 노인에게 단 한사람의 말벗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노인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노인 자살 예방 사업을 펼치는 자치단체와 자원봉사자가 주축이 된 가정봉사 파견 사업이 대표적이다. 노인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려고 자발적으로 모인 숱한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은 일종의 권리를 가진 시민이 ‘시민 없는 복지’의 궤도를 넘어 사회문제해결의 중심 주체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선거의 해 ‘무상’이라는 꼬리표를 단 선심성 복지정책과 비교해도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다리를 주물러 주거나, 저소득 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준다든지 후원자를 이어 준다면, 소외된 이들의 마음의 빗장은 풀릴 것이다.

필자는 “쓸모없는 늙은이를 수개월간 친어머니처럼 돌봐준 상담사가 정말 고맙다.”며 방문상담사를 끌어안고 연신 눈물을 훔친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삶을 포기하는 노인들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될 것 같아 냈던 아이디어가 결실을 거둔 사례들을 여기저기서 듣게 된 순간, 어쩌면 노인 문제를 의외로 쉽게 해결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됐다.

듣던 중 반가운 것은 얼마 전 정부가 세계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는 자살을 막기 위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법’을 시행, 자살예방센터와 긴급전화(129)를 설치·운영한다고 한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했던가. 노인 자살 문제는 특정인 혼자의 힘만으로 해결할 없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물론 삶의 의욕이 꺾인 노인들에게는 존재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먼저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노인 문제를 풀 열쇠를 하나 쥔 셈이다. 또 ‘당신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식으로만 위로하는 카운슬러보다 약해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바꿔줄 트레이너가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벼랑 끝에 선 노인에게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할 방안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할 때가 아닌가 싶다. 피가 아닌 마음으로 맺어진 가족이 되어 소외된 노인들을 우리의 따뜻한 가슴으로 품고 노인자살공화국의 오명을 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