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노인의 성(性)은 늙지 않는다
시정칼럼/노인의 성(性)은 늙지 않는다
  • 시정일보
  • 승인 2012.09.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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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범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노인 성(性) 범죄 사건 소식이 많이 들린다.

최근 통영지역에서 발생했던 노인들의 지적장애 여성 성폭력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노인 성범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의 목소리가 드높다.

통영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대부분이 60~70대 노인들로 이웃 아저씨나 할아버지가 주범이었다. 지난 해 전남 장흥에서 일어난 동네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10여 명의 60~70대 남성들이 줄줄이 기소되기도 했다. 그 뿐인가. 부산에서도 70대 할아버지가 이웃집 시각장애 여성을 1년간 성폭행하여 뒤늦게 안 부모의 신고로 덜미가 잡힌 일도 있다. 손녀뻘 아동을 성추행한 공노할 만행에 앞서 우리 사회의 노인 범죄 증가 억제책은 적절하였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해 성폭력 가해자 중 60~70세가 809건, 71세 이상이 268건으로 노인들의 성범죄가 증가했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사회적 약자인 아동이나 장애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렀다고 해서 노인들의 범죄가 성범죄에만 국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10년(1996~2006)간 61세 이상 노인 범죄는 연평균 68.4%가 증가해 전체 범죄증가율(13.6%)의 5배가 넘는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이는 아마도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젊어진 노인 인구가 크게 늘었다는데 따른 기현상인 것이다.

그런데 노인 성범죄는 우리 사회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노인 성에 대한 전반적인 무시로 인해 노인의 성적 충동과 성범죄의 잠재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틈새에서 범죄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령자들은 대부분 성추행 범죄라는 인식이 없으며, 노인들은 아이가 예뻐서라는 이유로 거리낌없이 신체 접촉을 하지만 대다수의 가해자들은 범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결국 법정까지 서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발단에는 노인들의 성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너무나 도외시하는 세태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한 사전 예방 조치가 더 중요하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무슨 성교육이냐 싶겠지만 이 순간에도 외면받고 있는 노인들의 성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성 교육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노인의 성(性)은 늙지 않는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노인의 3분의 2가 성생활을 하고 있으며, 성 매수들 하는 등 성적 욕구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인의 성문제를 외면하고 있어 노인들이 성적 소외에 내몰리고 있다. 이 밖에도 성범죄는 성적 욕구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감 때문에 자행되는 경우가 많아 독거 노인의 증가와 함께 더욱 늘어날 소지가 있다.

노인의 성범죄는 다른 연령대의 성범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노인 성범죄는 단순히 ‘엄벌주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노인의 성과 고립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특히 농어촌지역에 밀집 거주하고 있는 성적 약자들인 노인들의 보호 대책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 노인 성범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노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노인들, 놀 줄도 모르는 노년, 64%가 취미가 없다는 통계도 있다. 노인들의 성에 대한 무지로 인해 노인의 성적 충동과 성범죄의 잠재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 노인 성생활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나아가 노인들의 건전한 성문화 프로그램 등을 지자체에서 개설하는 관심을 보여야 할 때가 되었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