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뢰 까먹는 일 없어야
국민신뢰 까먹는 일 없어야
  • 방용식
  • 승인 2012.11.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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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13일 오전 9시40여분. 심평강 전 전북소방본부장이 행정안전부 기자실을 찾았다. 그의 방문은 지난 9일 당한 직위해제에 대한 하소연 차원에서 이뤄졌다. 당시 소방방재청장은 심 전 본부장을 ‘소방인사와 관련,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부하직원을 통해 이메일로 제3자에게 국회에 유포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지난 5월과 10월 전국 소방지휘관회의 등에 무단으로 불참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심 전 본부장은 소방방재청의 직위해제 조치가 ‘청장의 인사난맥을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당시 전라북도에서도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회의에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는 것은 전제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심 전 본부장은 매우 격앙된 톤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과거 소방방재청장 M씨, 현 경기도지사·전북도지사 등을 내세우며 자신의 유능함을 내비치는 등 소방방재청의 인사조치가 잘못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심 전 본부장이 겪을 수밖에 없는 억울함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심 전 본부장의 말대로 특정지역 출신이 요직을 독점하는 것은 어느 조직에서나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일이다. 소방방재청은 현 청장 이후 승진인사 가운데 심 전 본부장이 언급한 지역출신은 17%라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단순한 지역안배 비율은 기만적이기 일쑤다. 지역비율을 고려하더라도 기관장(또는 단체장)과 지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요직에 있고, 나머지는 ‘햇볕 덜 쬐는’ 곳에 배치된다. 그러면서 ‘다음’을 기약한다.

하지만 심 전 본부장은 조직을 해치는 일을 벌였다. 본인 말대로 청장의 인사 난맥상을 꼬집어 미운 털이 박혔거나, 아니면 특정지역 출신이라 불이익을 당해 계급정년에 걸렸고 결국 금년 말로 정년퇴직을 해야 하지만 그의 처신은 고위공무원 답지 않았다. 자신이 아무리 옳더라도 이곳저곳에 자신이 수십 년간 젊음을 바쳤던 조직을 해치는 일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이 어렵다. 13일 기자회견에서는 초임 소방공무원만도 못한 행동임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소방방재청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50걸음이나 100걸음이나 도망하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자신을 욕하는 사람에게 곱게 마음을 쓸 수 없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항의가 있을 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요즘 지자체에서 유행하는 ‘소통’이 없었던 탓이다. 사소한 일로 어렵게 쌓은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민신뢰를 까먹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